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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깨끗한 정치' 하겠다더니… 결국 말만 앞섰다

입력 : 2009-04-09 09:27:12 수정 : 2009-04-09 09: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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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초 “이권개입땐 패가망신” 임기말 “꿀릴게 없다”
‘검은돈’과의 단절 약속 말뿐… 측근 비리 끊이지 않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유난히 청렴과 도덕성을 강조해 왔기에 그가 ‘박연차 리스트’에 연루된 사실은 더욱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부인 권양숙 여사마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며 그의 도덕성은 결국 말만 앞선 것으로 드러났다.

노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깨끗한 정치’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한나라당 및 과거 정치와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지지자들의 소액기부를 유도하기 위해 나눠 준 노란색 ‘희망돼지’ 저금통은 ‘노무현식 새 정치’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검은돈’과의 단절을 약속하는 다짐도 수없이 많았다. 2002년 5월엔 “대통령이 되면 친인척과 측근을 막론하고 비리를 저지르면 가차없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해 12월 당선자 시절엔 “이권 개입이나 인사 청탁을 하다 걸리면 패가망신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부인 권 여사도 2002년 4월 “(대통령 부인이 되면 친인척 관리는) 철저히 책임지고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취임 첫해부터 주변 인사들의 비리가 줄줄 새어 나오기 시작해 임기 내내 측근들의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최측근인 안희정씨가 불법 대선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고, ‘집사’인 최도술 총무비서관, 수행비서 출신인 여택수 제1부속실장, 정윤재 의전 비서관 등이 줄줄이 철창 신세를 졌다.

◇검찰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까지 도달한 가운데 8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로비에서 관계자가 안내판 앞을 지나고 있다.                                            송원영 기자

그럼에도 노 전 대통령은 특유의 공세적 대응으로 ‘적어도 도덕성에서는 문제가 없는 대통령’의 이미지를 이어갔다. 2002년 대선자금 시비에서는 “내가 만약 한나라당이 받은 불법 대선자금의 10분 1 이상을 받았다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도 했다.

2004년 3월에는 고(故)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에게서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형 건평씨가 불구속기소되자 기자회견을 열어 “좋은 학교 나오시고 크게 성공하신 분이 시골에 있는 별 볼일 없는 사람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고 돈 주고…”라고 오히려 건평씨를 두둔했다. 이 발언으로 남 전 사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임기 후반기에도 참여정부 실패론에 대해 “부동산 말고는 꿀릴 게 없다”고 맞받아쳤고, “게이트는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권력형 비리에 대해 여전히 자신감을 보였다.

이번에 ‘박연차 리스트’ 수사가 본격화된 후에도 그의 핵심 측근들은 돈 문제만큼은 깨끗하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친형 건평씨는 사실상 ‘정치 브로커’로 드러났고, 최측근인 이광재 의원을 비롯해 박정규 전 민정수석, 이강철 전 시민사회수석 등의 비리가 고구마 줄기처럼 이어졌다.

결국 부인 권 여사까지 청와대 안주인 시절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며 그의 수많은 공언과 다짐은 모두 ‘허언’(虛言)이 되고 말았다. ‘무능한 진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임기를 마친 노 전 대통령은 이제 마지막 자존심이었던 본인의 도덕성에서도 ‘유구무언’의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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