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동반자살 바이러스' 비상… 왜 극단적 선택하나

입력 : 2009-04-27 11:48:07 수정 : 2009-04-27 11:48:0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경제 위기?절망감 맞물려 '죽음의 유혹' 급속 전파 강원 지역에서 잇달아 발생한 동반자살이 서울과 부산, 경북 등 전국으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을 매개로 한 자살 모의가 수월해지고 언론보도를 통해 유명인의 자살 방법이 알려지면서 자살이 확대 재생산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장기적인 경기침체도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살자 수는 IMF 경제위기가 몰아닥친 1997~98년과 신용카드대란이 벌어졌던 2002~03년에 큰 폭으로 늘어났다.

연도별로는 2001년에 6911명에서 신용카드대란을 겪은 2002년 8612명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03년에는 1만898명으로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섰다. 

이후 조금씩 증가하다 2006년에 1만653명으로 전년(1만2011명)보다 다소 줄다가 2007년 들어 1만2174명으로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2007년과 2008년 경제침체가 가속화하면서 자살자 비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오강섭 강북삼성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과거 IMF 경제위기와 2002~03년 카드대란 때 자살자 비율이 급격히 늘어났는데, 지난해부터 경제위기가 심화하면서 자살률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사회·경제적 상황이 어려워지면 실직이나 사업 실패를 겪고 사회적응에 실패한 이들이 자살을 택하는 사례가 많아진다”고 말했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개인적으로 조용히 이뤄지던 자살은 2000년대 들어 ‘인터넷’과 만나면서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그 방법도 ‘진화’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공간에서 익명성을 매개로 한 은밀한 자살 모의가 활발해지면서 얼굴도 모르는 타인과 오로지 자살을 목적으로 만나 동반자살을 감행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이달 들어 강원도에서 잇달아 발생한 동반자살 당사자들은 모두 인터넷 공간에서 모의했다. 여기에 언론의 유명인 자살 보도가 타는 불에 기름을 붓는 역작용을 했다.

특히 이달 들어 동반자살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이유로 ‘4월’을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날씨가 따뜻해지는 봄철에 우울증을 앓는 이들의 감정 기복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 2007년 서울과 대구, 부산 등 각 지역에서 사이안화칼륨(‘청산칼리)을 이용한 동반자살이 속출했던 시기도 4~5월이었다.

전문가들은 자살자가 증가하는 것도 문제지만 자살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이, 자살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이, 자살로 사망한 이의 가족과 친구 등 자살을 시도할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매우 높은 ‘자살예비군’층이 두꺼운 점이 더 심각하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고위험 자살군’에 속하는 이들이 자살을 실행할 확률은 일반인에 비해 60배 정도 높고, 1명이 자살하면 가족과 친구처럼 주변사람 6명이 악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남윤영 국립서울병원 정신과 전문의는 “과거에는 친밀한 사이끼리 동반자살을 했으나, 정보사회로 진입하면서 인터넷이 (자살) 매개체로 활용되고 있다”면서 “자살을 생각하는 이들을 온라인에서 오프라인 세계로 끌어내고 편안하게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회적 지원·지지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는 이들과 자살자의 가족과 친구 등에 대한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며 “독감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예방주사를 맞는 것처럼, 자살도 충분히 사전에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사회 구성원이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림대 생사학 연구소장인 오진탁 교수도 “우리 국민의 약 10%가 자살 위험이 매우 높은 ‘자살예비군’으로 추정된다”며 “자살은 우리 사회의 불안정성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는 사회병리현상이므로 국가·사회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은 기자 spice7@segye.com

[ 관련기사 ]

또 '연탄불' 동반자살…봉화서 남녀 2명 숨진 채 발견

경찰, 자살카페 운영자 무조건 형사처벌

전문가들 "자살사이트 폐쇄는 단기책"

'자살대국' 일본은…관련법 제정 실태 파악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김민주 '청순 매력'
  • 김민주 '청순 매력'
  • 노윤서 '상큼한 미소'
  • 빌리 츠키 '과즙미 폭발'
  • 임지연 '시크한 가을 여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