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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인 눈 ‘나몰라라’… 파묻힌 시민의식

입력 : 2010-01-06 00:43:19 수정 : 2010-01-06 00: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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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기상관측 이래 최대 폭설’ 후유증
“집 앞에 눈 왜 안치우나”… 이웃간 주먹다짐
수도권 전철 고장·지연 잇따라 출퇴근 전쟁
중부지방에 내린 폭설의 후유증은 컸다. 5일 오전 서울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는 등 하루종일 이어진 강추위 속에 도로가 꽁꽁 얼면서 출퇴근길 불편이 이틀째 이어졌다. 쌓인 눈을 치우다 감정 다툼이 벌어져 이웃간 앙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가 하면 일부 시민은 자기 집 앞 눈도 ‘나몰라라’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서울 서초구 주민들과 자원봉사자 500여명이 5일 서초구 양재역 주변도로와 인도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이종덕 기자
◆이틀째 이어진 출·퇴근 전쟁=교통대란을 우려한 시민들이 이날 출퇴근을 서두르고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면서 전날과 같은 대혼란은 피했지만 이날도 평소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불편이 계속됐다. 출근길 서울시내 도로는 한산했지만 추운 날씨에 얼어붙은 도로에서 차량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해 직장마다 지각자가 적지 않았다. 눈길에 미끄러지지 않게 아예 등산화를 신고 나온 직장인도 있었다.

전날 도로에 차를 놓고 가 제설작업을 방해하거나 버스 운행에 불편을 주는 사례도 많았다.

경기도 수지에서 서대문구 신촌으로 통학하는 대학원생 최모(29·여)씨는 “제설작업이 제대로 안 돼 일부 도로에 눈이 그대로 남아 있어 버스가 속도를 내지 못했다”며 “평소보다 1시간 일찍 나왔는데도 2배 가까이 걸렸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오전 출입문이 얼어붙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수도권 전철 128대가 운행하지 못해 승객 불편을 키웠다. 코레일에 따르면 운행을 하지 못한 수도권 전철은 80대, 구간 운휴 48대 등이며, 10∼20분 지연 운행된 사례도 속출했다.

경기도 안양에서 마포구 동교동으로 출근하는 회사원 서모(29·여)씨는 “전역에서 출발한 전철이 출입문 고장으로 안양역에서 승객 전원이 내려서 다른 전동차를 기다려야 했다”며 “그나마 일찍 나와서 2시간반이 걸렸지, 조금 늦게 출발한 회사 동료는 4시간 걸렸다”고 말했다.

이날 수도권 전철 이용객은 344만명에 달해 평상시 289만명보다 55만명(20%) 증가했으며, 서울시는 6일 오전 출근길 집중배차 시간대를 7∼9시에서 7∼10시로 한시간 연장해 시민불편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폭설에 파묻힌 시민의식=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전날 오후 5시10분쯤 중구 명동에서 이모(48·여)씨와 경비원 박모(40)씨가 쌓인 눈을 치우는 과정에서 시비가 붙어 다투다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고 이날 밝혔다. 눈을 치우던 박씨에게 맞은편 건물 옷가게 주인인 이씨가 “왜 우리 집 앞으로 눈을 쓸어 모으느냐”고 항의하다 싸움이 벌어졌다고 경찰은 전했다.

앞서 송파구 마천동에서도 다세대주택 1층에 사는 김모(56·여)씨와 2층에 사는 김모(72)씨가 집 앞 눈을 치우지 않는다며 서로 옥신각신하다 상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자기 집 앞이나 가게 앞 눈조차 쓸지 않아 눈이 두껍게 쌓여 있는 장면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대로변 눈은 대부분 치워졌지만 이면도로나 골목길 곳곳에서는 여전히 눈이 그대로 쌓여 보행자 통행을 방해했다. 서울시의 ‘건축물 관리자의 제설 및 제빙에 관한 조례’상 자신이 거주하는 집 앞 눈은 직접 치워야 하는데도 눈을 치우는 일은 오롯이 경비원들 몫이었다.

아파트에 사는 주부 윤모(58)씨는 “어제 하루종일 제설작업에 동참해 달라는 방송이 나왔지만 몇몇 주민을 제외하곤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일부 상인은 자기 가게 앞만 눈을 양 옆으로 쓸어내다 보니 가게 옆에 ‘설탑(雪塔)’이 쌓이는 광경도 연출됐다. 대학생 최모(26)씨는 “인도 위 곳곳에 ‘눈무덤’이 쌓여 있어 의아해했는데 가게 주인들이 자기네 가게 앞 눈만 치우면서 옆집으로 밀어놓은 것이었다”며 “이기주의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고 말했다.

이태영 기자, 대전=임정재 기자 wooa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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