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역점사업 불참땐 부담’ 현실적 논리도 작용
현대기아차·포스코 등 他대기업 움직임도 주목 오는 11일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공식 발표를 앞두고 재계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입주 기업의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공식적으로 세종시 입주계획을 밝히는가 하면, 정부와 협의 중이거나 내부적으로 입주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기업도 감지된다. 최근까지 대부분 기업이 “공식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고 일축하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기업들의 이 같은 태도 변화는 두 가지 측면으로 해석된다. 우선 정부가 세종시 이전 기업에 싼값에 토지를 제공하고 세금을 대폭 깎아주는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하자 적극적인 자세로 돌아섰다고 볼 수 있다. 그 정도의 인센티브라면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판단이 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정부가 공들이고 있는 세종시 사업에 “나몰라라” 할 수만은 없다는 현실적인 논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불참할 경우 그만큼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초미의 관심은 삼성그룹의 행보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세종시 입주는 규모 문제만 남았을 뿐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기자들에게 “세종시 이전 문제는 기본적으로 (정부에) 협조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한 것을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5년간 5000억원 규모의 바이오시밀러 분야를 입주시키는 삼성전자의 애초 방안으로 가느냐, 정부가 바라는 LED(발광다이오드) 분야 추가 입주 방안까지 보태지느냐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재계 3위인 SK그룹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원론적인 수준이지만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신수종사업을 입주시키는 방안이 거론된다는 점에서다. 이 경우 SK에너지가 양산을 추진 중인 전기차용 배터리(2차전지 분야) 생산라인이 들어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충청권과 인연이 있는 기업들의 움직임은 상당히 적극적이다. 오너 김승연 회장의 고향이 충남인 한화그룹은 세종시 입주 분위기가 상당히 무르익은 상태다. 한화는 이날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입주 의사를 밝혔다. 방산기술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 R&D센터를 신설하고, 그에 따른 보조 생산시설을 구축하기 위해 세종시 부지를 매입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몇몇 대기업이 직간접적으로 입주 뜻을 밝히고 나서자 그간 침묵으로 일관하던 다른 대기업들은 아연 긴장하는 분위기다. 세종시로 옮길 만한 마땅한 새로운 사업을 찾지 못하고 있거나, 그룹 최고경영진의 판단이 미뤄지고 있는 대기업들이다.
현대·기아차그룹의 경우 정몽구 회장이 “그 문제는 아직 모르겠다”고 했지만, 하이브리드차 또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 관련 공장 및 연구시설이 입주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세종시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보고 진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했던 포스코도 다른 기업들의 움직임에 따라 입주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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