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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기후·빙하게이트 공방… ‘뜨거워진 지구’ 회의론 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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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2-21 22:12:51 수정 : 2010-02-21 22: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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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계 지구온난화 근거 왜곡·과장 논란
유엔 IPCC 히말라야 빙하 소멸 예측 “근거없다” 인정
온난화 지지 과학자도 “최근 8년 기온 내려가” 비판 가세
지구온난화를 둘러싼 세계 과학계의 논란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지구온난화가 사실과 다르다는 지구온난화 회의론자들의 주장은 지구의 기온이 상승한다는 명백한 과학적 사실 때문에 힘을 펴지 못했다. 하지만 기후 연구 과학자들이 관찰 결과를 왜곡했다는 이른바 ‘기후게이트’와 ‘빙하게이트’가 연달아 터지면서 지구온난화 이론이 맹공격을 받고 있다.

그동안 지구온난화에 대한 공격은 주로 친기업적인 과학자를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지구온난화 연구를 주도해온 일부 과학자들이 연구결과의 왜곡·과장을 인정하는 발언을 하면서 ‘인간의 활동으로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이론’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도마에 오른 ‘지구온난화’=
지난해 12월 전 세계의 눈은 기후변화회의가 열리는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쏠렸다. 그러나 사람들이 기후변화회의에만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회의 직전 지구온난화를 증명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관찰 기록을 왜곡했다는 내용을 담은 이메일이 유출되는 ‘기후게이트(Climategate)’가 터졌기 때문이다.

사건은 한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11월 말 영국의 대표적인 기후변화연구소인 이스트 앵글리아대 기후연구센터 서버가 해킹을 당해 지난 10여년간의 연구자료와 이 연구센터 소속 학자들이 주고받은 이메일 등 1000여건이 유출됐다. 일부는 인터넷에 내용이 공개됐는데 그중 필 존스 기후변화연구소장의 이메일이 문제가 됐다.

존스의 이메일 중 “동료 과학자들이 지난 20년간의 기후자료에 가짜 온도를 더하는 ‘계책(트릭·trick)’을 써서 지구의 기온 하락 현상을 감췄다”는 내용이 공개된 것이다. 존스 소장은 즉각 “계책이란 ‘현명한 조치’라는 뜻을 가진 구어체 용어일 뿐”이라며 “앞뒤 맥락을 생략한 채 부적절하게 인용됐다”고 반박했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았다.

그로부터 한달 뒤인 지난달 20일 유엔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는 또 하나의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히말라야 빙하가 소멸될 수 있다’고 경고했던 2007년 보고서의 내용이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빙하게이트’라고 불리는 이 사건은 1999년 당시 인도의 빙하학자 시에드 하스나인이 영국의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40∼50년이면 히말라야 중부와 동부에 있는 모든 빙하는 소멸될 수 있다”는 발언을 하면서 시작됐다.

하스나인은 과학적 근거를 대지 못했지만 그의 발언은 “2035년이나 그 이전에 히말라야 빙하가 사라질 수 있다”는 기사에 반영됐고, 10년 뒤인 2007년 IPCC는 이 기사 내용을 아무런 검증절차 없이 보고서에 포함시켰다. IPCC는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 공로로 그해 앨 고어 전 미 부통령과 함께 노벨평화상을 받았지만 과학계에선 빙하 소멸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문제 제기가 끊임없이 계속됐고, 결국 ‘빙하게이트’로 확대된 것이다.

‘기후게이트’와 ‘빙하게이트’ 이후 IPCC의 각종 보고서와 논문은 과장·왜곡 의혹에 휩싸여 있다. IPCC는 최근 네덜란드 국내총생산(GDP)의 65%가 침수 위험이 있는 저지대에서 나온다는 연구결과에 대해 일부 오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또 2020년까지 북아프리카 식량 생산량의 50%가 줄어들 수 있다는 내용과 지구온난화로 강우량이 줄면 아마존 열대우림의 40%가 소멸될 수 있다는 경고 등도 과학적 사실과 맞지 않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안팎에서 흔들리는 ‘지구온난화’=지구온난화를 지지하는 대표적인 과학자가 온난화 이론에 대한 비판 대열에 가세하면서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대표적인 과학자는 바로 ‘기후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필 존스 소장이다. 필 존스 소장은 지난 14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5년간 온난화라고 할 만한 심각한 수준의 기온 상승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존스는 “통계적으로 볼 때 1995년에서 2010년 사이에 주목할 만한 기온의 상승은 없었다”며 “오히려 2002년부터 2009년 사이엔 섭씨 0.09도 정도 기온이 내려갔다”고 밝혔다. 그는 “기후변화를 측정하기엔 15년은 너무 짧은 기간”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기후게이트’ 직후 “지구온난화 이론이 공격을 받아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괴롭다”던 입장과는 너무나 다른 것이다.

또 그는 “현재와 비슷한 온난화가 (제3세계의 산업화) 이전에도 몇 차례 있었다”는 사실도 반박하지 않았으며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이 제기하는 서기 900∼1300년의 ‘중세온난기’에 대해서도 “더 연구해야 한다”며 확답을 피했다.

사정이 이렇자 온난화 회의론자들의 반격도 거세지고 있다. 대표적 회의론자인 존 크리스티 미 앨라배마대학 교수는 15일 지난 150년간 전 세계 기상관측소가 제공한 기온측정 자료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한때 IPCC에 참여했던 크리스티 교수는 “동아프리카와 미국 캘리포니아, 앨라배마 주 등 3곳의 기상 자료로 미뤄볼 때 기온이 상승했다는 대부분의 관측 결과가 (지구온난화가 아닌) 도시화나 토지 개발 등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IPCC 최근 보고서 검토자로 참여했던 캐나다 구얼프 대학의 로스 매키트릭 교수 역시 “통계적 중요성을 감안해 내린 결론은, IPCC의 기후변화 자료들이 산업화와 자료의 질(質) 문제 등에서 비롯된 효과들로 오염됐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풍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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