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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여주자니… 국민적 의혹 증폭
보여주자니… 군사기밀 노출 우려
절단면 공개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했던 군이 인양을 하루 앞두고 14일 ‘제한 공개’ 카드를 꺼냈다. 비공개 시 국민적 의혹을 불러 일으킬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천안함 내부구조와 무기 탑재 상황 등 군의 안위와 군사기밀은 노출할 수 없다는 두 가지 판단 속에 내려진 절충안이다. 일각에선 초계함의 무장 능력과 내부구조가 웬만한 군사 관련 잡지나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된 마당에 ‘300야드(270m) 밖 공개’라는 단서를 단 것은 사실상 비공개나 마찬가지로 ‘장고 끝에 악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제한 공개 배경은=지난 12일 오후 4시5분쯤 천안함 함미의 백령도 연안 이동작전이 시작됐을 때 국방부에선 군 수뇌부들이 모여 절단면 공개 여부를 놓고 대책회의 중이었다. 감출 경우 의혹만 부추긴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군의 기밀과 작전상황을 어떻게 일일이 국민들에게 공개하느냐’며 반대하는 입장이 우세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이날 회의는 천안함 함미가 대형 인양크레인에 이끌려 이동하는 모습이 TV 화면에 비춰지면서 중단됐다. 방송 이후 군 내부에선 절단면이 상당 부분 드러났는데 더 이상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기류가 형성돼 제한 공개 입장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12일 함미 이동 중에 함미 윗부분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과연 군이 절단면 공개 결정을 했을지 의문이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공개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군이 그동안 공개에 난색을 표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결정은 2005년 6월19일 경기 연천읍 육군 모 사단에서 발생한 530 GP총기난사 사건 때 군이 국민적 의혹을 풀기 위해 알권리를 우선해 현장을 모두 공개했던 모습과 대비된다.

당시 군 수뇌부는 반대를 무릅쓰고 사건 발생 이틀 뒤 국방부 출입기자들을 현장으로 안내했다. 현장에는 채 굳지도 않은 혈흔이 낭자했고 수류탄이 터져 움푹 꺼져버린 침상과 곳곳에 날아든 파편들이 참상을 짐작케 했다.

일각에선 북한군 직사화기 사정권에 노출된 위험지역에 기자들을 들여보내 군 기밀사항인 GP 구조를 여과 없이 보여준 것에 대해 비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충격 속에 빠진 국민의 알권리를 존중하고 일말의 의혹도 남기지 않겠다는 군의 의지는 이런 비판을 덮고도 남았고, 결과적으로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게 만들었다.

◆밤이 아닌 낮에 인양=그동안 군내에서는 천안함 인양을 낮이 아닌 밤에 몰래 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절단면을 낮에 공개할 경우 온갖 추측성 보도를 양산했던 언론이 또다시 군을 귀찮게 할 것이란 불편한 감정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또 밤에 인양작전을 편다면 국민적인 관심도 줄어들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았다. 지난 12일 함미 이동작전을 펼칠 때도 군이 사전에 언론 등에 이를 알리지 않은 것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게 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의혹을 양산, 군을 향한 국민 불신이 극에 달할 것이란 우려와 함께 김태영 국방장관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합참의 한 관계자는 “김 장관은 현재 함체 절단면 공개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각종 억측이 나도는 판국에 야간 인양을 했다가는 또다시 의혹을 산다는 우려를 강하게 피력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지난 13일 밤 기자와 만난 김 장관은 “(천안함 사건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실종자 수색과 원인 규명 작업이 인양과 함께 시작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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