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법무 “천안함사태 와중에… 면목없다” MBC ‘PD수첩’의 검사 떡값·향응 의혹 보도에 21일 검찰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검사들은 전날 밤 PD수첩 보도 내용을 언급하면서 하루 종일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대검찰청은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1시간30분간 비상간부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몇몇 간부는 “보도 내용이 사실인지 의문스럽다”, “다소 악의적이고 작위적인 내용도 있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접대 당시 술집 종업원 등 증언과 향응을 접대받은 것으로 지목된 검사들 인터뷰, 건설업자 정모(51)씨와 검사가 대화한 내용 등이 매우 구체적이어서 음해성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한다. 검사들은 “설마 그 정도였겠느냐”며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일부는 “자기네 보도 방향에 유리한 진술과 정황만 뽑아 만든 전형적 ‘짜깁기’”라고 혹평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선 검찰이 사건을 수사하는 것보다 (보도 내용이) 더 치밀해 보인다”고 말하는 검사도 있었다.
검찰은 무엇보다 지난해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를 낙마시킨 ‘스폰서’ 논란이 재연되는 것에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이다. 김준규 검찰총장 취임 이후 ‘새로운 패러다임’을 내세워 추진한 다양한 정책이 모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느껴진다. 한 중견 검사는 “스폰서 논란은 극히 일부 검사한테 해당되는 것인데, 마치 검사 전체가 ‘스폰서’와 유착하는 집단으로 매도당할까봐 두렵다”고 하소연했다.
위원장을 비롯해 3분의 2 이상이 외부 인사로 채워지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바라보는 검찰 시선에는 기대와 걱정이 엇갈렸다. 한 검사는 “사회적으로 명망이 높은 중립적 인사가 위원장을 맡으면 오히려 국민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누가 위원장을 맡느냐에 따라 조사 결과의 신뢰도가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검찰 조직을 잘 모르는 인사가 위원이 되면 조사 기법이나 대상을 놓고 불필요한 마찰만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검찰 출신 변호사 등 검찰과 가까운 인사들로만 위원회를 구성하면 중립성과 공정성을 의심받을 게 뻔하다.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부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다. 이귀남 법무장관은 이날 “온국민이 천안함 사건이라는 국가적 중대사태 속에 심려하고 있을 때 이와 같은 의혹으로 물의를 빚은 것은 사실 여부를 떠나 면목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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