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인사 주도… ‘제식구 감싸기’ 논란 차단
50여명 우선 조사… 비리확인땐 줄사퇴 예고
8월 예정 간부인사 선거 직후로 당겨질 듯 검찰이 MBC ‘PD수첩’ 보도 하루 만인 21일 민간인을 참여시켜 진상 규명에 나서기로 한 것은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방송 직후 대검찰청 홈페이지가 네티즌 접속 폭주로 다운되고 인터넷 게시판 곳곳이 검찰을 비난하는 댓글로 넘쳐나는 등 ‘성난 민심’을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조사가 진행되면 자연스럽게 인사 요인이 생기는 만큼 6·2 지방선거 직후 검사장급을 포함한 대규모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
일그러진 檢 지난해 천성관 전 검찰총장 내정자가 ‘스폰서’ 논란으로 낙마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검사장 2명이 포함된 부산·경남지역 일부 검사들의 ‘떡값·향응접대 의혹’으로 검찰이 휘청거리고 있다. 사진은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사 앞에서 나부끼는 태극기와 검찰기가 청사 유리벽에 일그러져 비친 모습이다. 이제원 기자 |
위원회가 조사단을 통제하는 건 ‘제식구 감싸기’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외부 인사가 위원회를 주도하는 구조는 ‘특별검사’와 비슷한 측면이 있어 조사 중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과 언론에서 비교적 높은 신망을 얻는 채동욱 대전고검장을 조사단장에 앉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사단 사무실은 서울에 두지만 조사 활동은 대부분 부산과 경남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PD수첩에 의혹을 제보한 사업가 정모(51)씨가 부산지법 재판을 받고 있고, 정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진 검사 상당수도 부산·경남 지역 검찰청에 근무 중이기 때문이다.
정씨는 “1984년부터 25년간 검사 수백명을 접대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감찰 시효가 3년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조사를 받는 검사는 수십명에 그칠 전망이다. 조사단은 정씨의 접대 내역에 이름과 향응 비용 등이 구체적으로 적힌 검사 50여명을 우선 조사할 방침이다.
정씨가 올해 2월 부산지검에 “뇌물과 향응을 받은 검사를 처벌해 달라”며 진정서를 냈지만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경위도 조사 대상이다. 부산지검은 PD수첩 방송 이후 “일부 내용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조사 결과 정씨한테서 부적절한 접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난 검사 상당수는 옷을 벗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오는 8월로 예정된 검사장급 이상 간부 인사가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지방선거가 끝나고 선거사범 수사가 본격화하는 6월 초쯤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도 제기한다. 현재 대전고검 차장이 공석인 데다 이번 조사로 검사장 2∼3명이 물러나면 검사장 3∼4자리의 승진 수요가 생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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