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롯데마트 '살생 논란'에 1주일 만에 굴복

입력 : 2010-12-13 16:06:48 수정 : 2010-12-13 16:06:4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기업의 본질은 무엇인가' 과제로 남겨 롯데마트가 '상생(相生) 대 살생(殺生) 논란' 앞에 1주일 만에 무릎을 꿇었다.

롯데마트는 '통큰 치킨' 판매를 16일부터 중단한다고 13일 발표하면서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결정"이라고 설명해 영세 상인들의 반발을 받아들인 결과임을 인정했다.

지난 9일 롯데마트가 1마리당 5천원인 프라이드 치킨 판매에 나선 이후 사회 전반에서 연일 논쟁이 벌어졌다.

치킨업계는 물론이고 일반 네티즌부터 정치인까지 '싼값에 양질의 제품을 살 소비자의 권리'와 '생계수단으로 치킨전문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생존권'을 둘러싸고 설전을 벌였다.

소비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쪽은 "생닭 값이 3천원 안팎인데 어째서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의 프라이드 치킨은 1만5천원이나 하느냐"며 치킨을 프랜차이즈 치킨전문점의 3분의 1 가격에 파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혀주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치킨을 사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문을 열지도 않은 대형마트 앞에 줄을 섰으며 이 치킨은 전국 점포에서 하루 평균 2만4천 마리씩 나흘간 10만 마리 가까이 팔리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반면 골목 상권을 옹호하는 쪽은 재료비는 물론이고 점포 임대료와 인건비, 마케팅 면에서 훨씬 더 낮은 비용에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대기업이 치킨을 미끼 삼아 고객을 싹쓸이하는 것은 영세 상인들을 '살생'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통큰 치킨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비화됐다.

노회찬 전 의원이 자신의 트위터에서 "통큰 치킨은 헤비급 선수가 플라이급 경기에 뛰어드는 것과 같다"고 지적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 9일 트위터에 올린 글도 통큰 치킨 판매 중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 수석은 "롯데마트 튀김닭 5천원에 판매중...생닭 납품가격 4천200원, 튀김용 기름, 밀가루 값을 감안하면 마리당 원가가 6천200원 정도. 결국 한 마리당 1천200원 정도 손해보고 판매하는 것"이라고 썼다.

이에 대해 노병용 롯데마트 대표는 정 수석에게 동반성장에 역행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직접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정부의 정책이자 시대의 화두가 된 '동반 성장'과 '공정 거래'가 통큰 치킨 판매 중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나아가 롯데마트 치킨은 문제 제품의 원가가 얼마인지를 둘러싼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치킨업계는 '통큰 치킨'이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값에 인근 사업자들을 고의로 배제하는 부당염매에 해당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 신고하겠다고 밝혔고 롯데마트는 "손해를 보고 파는 '역마진'이 아니다"라고 맞섰다.

그러나 롯데마트는 결국 동반성장위원회가 공식 출범한 13일 오전에 통큰 치킨 판매 중단을 발표했다.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상인의 동반 성장과 상생을 주요 기조로 내세우는 상황에서 대기업이 영세 상인의 생계형 사업까지 빼앗으려 한다는 시선과 압박을 롯데마트가 견디지 못한 것으로 업계는 풀이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자체적으로 판매 중단을 선언한 것은 정부로부터 어떤 언급을 들었다기보다는 스스로 부담감을 느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번 이슈는 롯데마트의 치킨 판매 포기로 마무리됐으나 "소비자들에게 값싼 제품을 공급하는 것만이 기업의 본질인가"라는 화두는 대기업들에 한층 더 중요한 과제로 남게 됐다.

또 결과적으로 롯데마트는 "1년 내내 양질의 치킨을 싼값에 판매하겠다"는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이에 대해 롯데마트 측은 "어떤 사정과 이유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책임이 큰 기업으로서 단기간 내에 고객과의 약속을 번복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스테이씨 수민 '하트 장인'
  • 스테이씨 수민 '하트 장인'
  • 스테이씨 윤 '파워풀'
  • 권은비 '반가운 손인사'
  • 이주명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