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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워킹맘의 육아 보고서]워킹맘 김정희씨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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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2-07 17:42:09 수정 : 2011-02-07 17:4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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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6시30분부터 식사준비하고 20개월된 아들 씻기고 먹이고
서둘렀는데도 오늘도 또 지각…점심시간에 장보고 오후 8시 퇴근
집안 일 하고 잠깐 놀아주면 밤 12시…아이에게 얼마나 더 미안해야 할까
취재팀은 7일 서울에 사는 회사원 김정희(32·여·사진)씨를 하루 동안 동행 취재했다. 김씨는 20개월 된 아들을 어린이집에 맡기며 하루를 시작하는 전형적인 워킹맘이다. 김씨의 하루를 그의 시점에서 재구성했다.

오전 6시30분. 남편이 출근할 때 살짝 깼다가 잠깐 눈을 붙인 것 같은데 그새 한 시간이 지났다. 조금만 늑장을 부려도 어린이집에 늦고 회사도 지각하기 십상이라 서둘러 일어난다. 아침을 준비한 뒤 쌕쌕 잘 자고 있는 아이를 깨우자니 한숨부터 나온다. 다행히도 이불 속으로 파고들지 않고 눈을 부비며 일어나주는 아이에게 고맙고 미안하다.

아이를 씻기고 나니 어느새 시계는 8시를 가리키고 있다. 내 아침식사는 거른 지 오래됐다. 옷을 입히려고 하자 아이가 칭얼대기 시작한다. 어린이집에 갈 시간이 됐다는 걸 눈치챘기 때문이다. 이방 저방으로 도망가는 아이를 붙잡아 어르고 달래며 간신히 옷을 입혔다.

얼마 전 옮긴 새 어린이집 버스가 집 근처까지 오지 않아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서야 한다. 아이가 떼를 쓴 바람에 오늘도 지각할 것 같다. 아이를 들쳐업고 뛰어나간다. 간신히 택시를 잡아타고 어린이집에 도착해 아이를 선생님에 맡겼다. 회사 가는 지하철를 타기 위해 또다시 전력달리기를 한다. 지하철 안에서 어린이집 선생님한테 ‘아이가 오늘 콧물이 좀 나던데 괜찮은지 잘 봐주세요’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기분좋게 잘 놀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라는 답장을 받고 나서야 한숨을 돌린다.

점심은 대충 먹고 회사 인근 대형마트에 달려가 아이가 내일 가져갈 어린이집 준비물과 저녁 반찬거리를 미리 산다. 퇴근 후 장 보러 갈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다.

오후 5시. 이제 회의를 시작한다니 오늘도 퇴근 시간을 넘길 분위기다. 어린이집은 오후 7시30분까지 열지만 다들 아이를 일찍 데려가는지 우리 아이만 어린이집에 남아 선생님한테 미안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오늘도 어쩔 수 없이 시어머니께 도움을 요청했다. 회의가 끝난 후 팀장이 회식에 가자고 했지만 난 예외가 된 지 오래다. 동료들과 수다 떨며 스트레스도 풀고 싶지만 10분이라도 아이를 더 봐줘야 한다는 생각에 허둥지둥 달려오니 벌써 오후 8시가 넘었다. 저녁을 차려 먹고 아이 목욕을 시키고 나니 피곤이 몰려온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놀아주다 보니 벌써 자정이다. 9시에는 아이를 재워야 하는데, 다른 엄마들만큼 집에서 돌봐주지 못한 보상으로 항상 늦게까지 놀아주게 된다. 오늘도 마음속으로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수십 번 한 것 같다. 나도 고단하고 힘든데 왜 아이에게 늘 미안한 걸까. 언제쯤 아이에게 미안해하지 않고 잠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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