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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워킹맘의 육아 보고서](2)워킹맘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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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2-07 18:42:03 수정 : 2011-02-07 18:4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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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푼이라도 보태려 맞벌이 나섰는데 보육 지원 안된다니…”
보육 서비스가 절실한 맞벌이 가구가 정부의 보육 지원 혜택에서 배제되고 있다. 보육비 부담 때문에 한푼이라도 보태려 맞벌이에 나섰다가 오히려 복지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복지소외는 일과 가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성들의 근로 의욕을 꺾어 결국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나타난다. 취재팀은 정부의 보육혜택에서 소외된 한 맞벌이 가정의 가계부를 들여다봤다.

◆복지 사각지대 맞벌이가구

4살 된 딸과 생후 10개월 된 아들을 둔 주부 현모(35)씨는 지난달 초 회사에 복직했다. 어렵게 받은 육아휴직 기간이 2개월 남았지만 두 아이를 기르는 데 드는 비용과 지난해 받은 대출금을 갚으려면 하루라도 빨리 일해야 한다는 마음이 앞섰다. 남편 월급 180만원과 현씨 월급 140만원으로도 두 아이를 키우기에 넉넉지 않은 마당에 육아휴직 급여로 50만원을 받아선 가계를 꾸리기가 쉽지 않았다. 지난달까지 두 아이의 식비를 제외한 최소한의 보육비만 49만원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복직하고 나니 후회가 밀려왔다. 월급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면서 몇 달간 정부로부터 받았던 보육료 지원이 사실상 끊긴 탓이다. 현씨가 일을 다시 시작하면서 늘어난 수입은 월 90만원이지만 그로 인해 지난 몇 달간 큰 아이 보육료 30%, 둘째아이 보육료 전액 지원 혜택이 끊겨 추가로 부담해야 할 보육료만 50만원이 된다. 교통비와 식비 부담까지 감안하면 다시 일을 시작해서 늘어나는 수입은 ‘제로’에 가깝다. 

현씨는 “아이의 정서나 교육을 위해 엄마가 직접 키우는 게 좋다는 걸 알면서도 보육비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보려고 복직한 건데 보육료 지원을 받지 못하면 일을 다시 시작하는 의미가 없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계속 회사를 다녀야 하는지 고민스럽다”며 한숨 지었다.

◆보육지원 받기 위해 편법까지 동원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취업 부모의 자녀 양육 지원 서비스 효율화 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의 59.7%가 보육 비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월 평균소득이 250만원 미만인 맞벌이 가구보다 250만∼500만원인 가구가 보육비에 대한 부담을 더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의 보육료 지원 기준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보육료에 부담을 느끼는 상당수 중산층 맞벌이 가구가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고 있는 탓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소득하위 70%의 모든 가구(4인 기준 월480만원 이하)를 대상으로 보육료를 전액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맞벌이 가정이 이 기준에 들기란 쉽지 않다. 단순히 월소득 합산이 아닌 부동산, 자동차, 금융자산 등까지 합산한 ‘소득인정액’에 따라 수혜대상이 선정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맞벌이 가정의 월소득 산정 시 부부합산 소득의 25%를 차감해 혜택을 늘리겠다는 입장이지만 상당수 맞벌이 부부들은 집이나 차, 통장에 잔고라도 있으면 보육료 지원은 꿈도 꿀 수 없다.

현씨도 지난 몇 달간 보육료 지원을 받기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았다. 지난해 초 보육료 지원을 신청했지만 한 달여간의 심사 끝에 소득인정액이 2000만원 초과돼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월 300만원이 조금 넘는 두 사람 급여와 서울 중랑구의 28평형 아파트, 2007년식 준중형 자동차 1대가 전 재산인데, 정부 기준상 ‘고소득자’에 속한 것이다. 지난해 9월 둘째를 낳은 뒤 보육료 부담을 견디지 못해 800만원의 대출을 받고 육아휴직 급여로 소득을 신고한 뒤에야 지원 대상에 포함될 수 있었다. 이런 현실 탓에 보육료를 지원 받기 위해 집, 자동차 등을 다른 사람의 명의로 이전하거나 소득을 허위로 꾸미는 등 편법을 동원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주부 정모(36·서울 구로구)씨는 “정부에선 중산층까지 지원한다고 하지만 서울에 작은 아파트라도 있으면 지원이 안 된다”며 “친구는 남편의 월급을 최저임금으로 속여 지원을 받고 있고, 집이나 차 명의를 바꿔서 지원받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워킹맘(36)도 “은행에 다니는 지인이 강남의 아파트와 빌라 두 채, 수입 자동차까지 갖고 있으면서도 명의를 부모님 앞으로 해서 보육료 지원을 받는 걸 보니 억울하단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는 전세금, 예금, 자동차를 포함하니 지원대상이 안 될 것 같아 명의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기획취재팀=김수미·백소용·이태영 기자 wooa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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