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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직원이 印尼 특사단 숙소 잠입”
印尼, 사실 확인 요청… 외교문제 비화 조짐
경찰청장 “국익위해 한 건데…처벌 실익 없어”
한국 외교가 벼랑 끝으로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지난 1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발생한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 침입사건의 범인이 국가정보원 직원으로 알려지면서 이명박 정부의 ‘국격 높이기’ 외교에 타격이 예상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1일 한국 정부에 국정원 연루 의혹에 대한 사실 확인을 요청하고 나서 개입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외교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 국정원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번 사건은 특히 무기 수출입 협상을 위해 입국한 외국 특사단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한국 외교의 대외 신뢰도를 실추시킬 뿐 아니라 우리나라 방산 수출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조병제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가 직접 서울 도렴동 외교부를 방문해 담당 국장을 만나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외교부는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즉시 인도네시아 측에 알려주기로 했다고 조 대변인은 전했다.

이와 관련, 수얀토 인도네시아 정치안보조정장관은 이날 자국 언론에 대통령 특사단 숙소 침입사건 발생 당시 어떠한 군사정보 유출도 없었음을 밝혔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수얀토 장관은 “(범행 대상이 된) 노트북은 인니 특사단의 산업부 실무자의 것으로 경제개발계획 관련 내용이 들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국정원 직원이 무기 수출입 협상을 앞두고 인도네시아 측 협상 조건을 미리 알아내려다 적발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 한 고위 관계자도 “국정원이 한 게 맞을 것”이라면서 “우리도 밖(외국)에 나가면 그렇게 안 당하려고 신경 쓴다”고 말했다.

국정원 직원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한 차례 방문한 것으로 확인돼 이런 개연성을 높이고 있다.

서범규 남대문경찰서장은 이날 “사건이 발생한 다음 날인 17일 오전 3시40분쯤 국정원 직원 1명이 왔다”면서 “이 직원은 당시 상황실장과 사건 현장에 출동한 강력1팀장을 만나 신고 내용 등을 문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정원 직원에게 자료를 준 적은 없다. CC(폐쇄회로)TV 자료를 보여준 적도 없고 건네줄 상황도 아니었다”면서 “그 직원은 사건 내용을 듣고 ‘중요한 것 같으니 보안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경찰 수사에서 침입자 중 남자 2명이 사건 직후 숨어 있다 호텔 종업원에게 발각된 사실도 드러났다.

서 서장은 “도주한 침입자 중 남자 2명이 19층의 비상계단에 숨어 있다가 종업원에 발각돼 2∼3분 뒤 훔친 노트북을 특사단에 되돌려 준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조현오 경찰청장은 간담회에서 ‘국정원이 그랬다고 하면 수사대상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렇게 밝혀졌을 경우 처벌해도 실익이 없지 않나. 국익을 위해 한 것인데…”라고 말했다.

조 청장의 발언은 용의자를 검거하더라도 국정원 직원이라면 처벌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현재 국정원법 등에 따르면 국정원 직원의 직무관련 범죄는 국정원에서 수사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우승·나기천·이귀전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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