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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몰락하고 비정규직 설 곳 없고… 고용시장 햇살은 언제

입력 : 2011-05-19 23:54:50 수정 : 2011-05-19 23:5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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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장기화에 고용불안 심화
2009년 3월 살던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에서 1억5000만원을 빌려 삼겹살 음식점을 차린 박모(45·경기도 군포시 산본동)씨. 사업 초기에는 가게 임대료와 대출 이자 등 고정 비용을 제외하고도 한 달에 200만원가량의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주변에 고깃집들이 속속 문을 열기 시작한 데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매출이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초 가족 같던 종업원 2명을 내보낸 뒤, 건강이 좋지 않아 집에서 쉬던 부인이 빈 자리를 메우며 가게 일을 돕기 시작했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박씨는 근근이 음식점 문을 열어놓다가 결국 지난해 12월 창업 2년 만에 더 사업을 꾸려나가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에 문을 닫고 대출금을 갚았다. 박씨는 “집이 넘어가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라며 “앞으로 뭘 해야 먹고살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경기 회복세에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으면서 이로 인한 ‘고용의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상대적인 약자층인 자영업자 등 비임금근로자와 임금근로자 중에서도 임시·일용근로자의 고통이 커진 데다 일하는 사람들의 주당 평균 취업시간도 조금씩 줄어드는 흐름이다.

19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비임금근로자는 694만6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만6000명(0.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비해 임금근로자는 1735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로 36만4000명(2.1%)이나 급증했다. 

끝 없는 자영업자의 몰락

임금근로자에 비해 비임금근로자의 증가 폭이 미미한 것은 내수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멈추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자영업자 수는 지난달 564만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만6000명(-0.7%) 감소했다. 자영업자 수는 지난 3월에도 전년 동월에 비해 2만5000명(-0.4%)이나 줄었다.

무한 경쟁 환경에 놓인 자영업자들이 체감하는 경기침체의 고통은 이들의 절반 정도가 개업 이후 3년을 버티지 못한다는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통계청의 ‘사업체 생멸(생성·소멸) 현황 분석’ 결과를 보면 생성된 신규 사업체의 1년 생존율은 약 70% 내외, 2년 생존율은 약 55% 내외, 3년 생존율은 약 45% 내외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4월 주당 평균 취업시간도 45.9시간으로 전년 동월대비 0.1시간 감소했는데 업종별로 제조업은 0.4시간, 건설업은 0.2시간 증가한 반면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자영업자 즉 도소매·음식숙박업은 0.2시간 줄었다. 

비정규직, 갈수록 '좁은 문'

이 밖에 임금근로자를 구성하는 상용·임시·일용 근로자 수를 분석해봐도 상대적인 취약계층인 임시·일용 근로자들의 고용환경이 점차 악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4월 상용근로자(고용계약기간 1년 이상)는 1061만8000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60만7000명(6.1%) 늘었지만 임시근로자(고용계약기간 1년 미만∼1개월 이상)와 일용근로자(1개월 미만)는 각각 492만8000명과 181만2000명으로 22만명(-4.3%)과 2만4000명(-1.3%) 감소했다.

이는 기업들이 경영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방편으로 해고가 상대적으로 쉬운 임시·일용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에 치우치고 있다는 뚜렷한 정황이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실업률이 4%대 밑으로 내려오는 등 전반적인 고용사정이 최악의 상황은 벗어난 듯하지만 고용시장의 질적인 측면에서 뚜렷한 개선은 보이지 않는다”며 “자영업자들의 폐업 속출, 임시·일용 근로자의 감소로 인한 고용시장 양극화, 8%대의 높은 청년실업률 등은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이상혁·이귀전 기자 nex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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