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동문들 출교 촉구 대자보 술에 취해 잠든 동기 여학생을 집단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려대 의대생들이 대형 법무법인(로펌) 변호사 등을 선임하고 본격적인 재판 준비에 나섰다. 일부 고대생은 “학교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이들에 대한 빠른 ‘출교’ 조치를 요구했다.
12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기소된 3명 가운데 박모씨와 한모씨는 공동으로 국내 유수의 D로펌에 변호를 맡겼다. 고법원장, 고검장 출신 등 전관 변호사가 유난히 많은 D로펌은 2007년 이후 줄곧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불려 현재 변호사 수가 60여명에 이른다. 박씨 등 변론은 서울중앙지법 판사를 지낸 L변호사 등 3명이 전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3명 중 나이가 가장 많은 배모씨는 따로 변호인단을 꾸렸다. 개인 변호사 2명과 로펌 2곳 소속 변호사 5명 등 총 7명이 선임돼 정·재계 ‘거물급’ 인사 변호인단을 연상케 한다.
배씨 변호인 중에는 유명 법조인도 여럿 눈에 띈다. 재경지법 영장전담판사 시절 대기업 비자금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무더기로 기각해 화제가 된 J변호사, 2009년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 시절 ‘촛불재판’ 개입 파문 폭로에 앞장선 P변호사, 참여정부 시절 정권 실세로 통한 S변호사 등이 그들이다. 특히 S변호사가 속한 H로펌은 전직 대법관이 고문을 맡고 있는데, 소속 변호사 수는 적지만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 위주로 수임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들 3명은 나이가 23∼25세에 불과하고 아직 학생 신분이라 변호사 비용은 전액 부모 등이 부담하는 것으로 보인다. 고대 졸업생·재학생 127명은 최근 학내에 붙인 대자보에서 “가해 학생들이 국내 유수 로펌 변호사와 유력 인사의 자제라서 학교 당국이 징계를 우물쭈물한다는 소문도 있다”며 “파렴치한 성범죄를 저지른 의대생들을 빠른 시일 안에 출교시키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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