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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사 쓰나미 날벼락… 도심속 전원마을 삽시간에 폐허로

입력 : 2011-07-29 16:08:48 수정 : 2011-07-29 16: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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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 산사태 참혹한 순간 우면산 자락에 자리한 남태령 전원마을. 누구나 한번 살아보고 싶음 직한 아늑한 도심 속 전원마을이다. 이 마을이 서울을 강타한 ‘물폭탄’에 비탄에 잠겼다.

27일 오후 1시30분쯤 서울 서초구 방배동 남태령 전원마을 주변. 5시간 전 발생한 우면산 산사태로 주민 7명이 숨진 현장은 참혹했다. 주택가 여기저기에 찌그러진 차량, 산사태가 덮친 가옥의 가재도구가 주인을 잃은 채 널려 있었다. 처참했던 상황은 짐작하고도 남을 법했다.

비탄에 빠진 남태령 전원마을과 형촌마을

“이 끔찍한 장면들은 절대 잊을 수 없을 겁니다.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가는데도 구하지 못했으니….”

망연자실한 한 주민은 두서없이 이런 말을 쏟아냈다.

구조대로 나선 인근 군부대 장병 수백명이 모래주머니를 쌓아 물길을 내려 노력하고 있었지만, 마을 뒷산에서 쏟아져 내리는 흙탕물은 내리막길을 따라 마을 입구까지 흘러 넘쳤다. 자신을 집을 지키기 위해, 이웃을 돕기 위해 발벗고 나선 마을 주민들. 그들은 말없이 물을 퍼내고, 물길을 트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날벼락에 간신히 몸만 빠져 나온 주민은 충격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주민 전호갑(57)씨는 “출근한 아들이 ‘차가 떠내려간다’고 소리쳐 나가보니 차들이 떠내려 가고, 30대 남성이 쓰러진 커다란 나무와 자동차 사이에 끼어 있었다”고 말했다. “이웃들과 함께 구하려고 하는데 나무가 꿈쩍을 안 했다. 소방서도 전화가 불통이라 다들 발을 동동 구르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남성은 결국 목숨을 잃었다. 전씨는 맨발로 근처 군부대에 뛰어가 “사람 좀 살려 달라”고 목이 터지라 외쳤지만 장대비 소리에 그의 소리가 들리지 않은 듯했다. 

담장 덮친 나무 27일 산사태가 휩쓸고 간 서울 서초구 방배동 남태령 전원마을이 토사와 나무, 차량이 뒤엉켜 폐허로 변해 버렸다.
연합뉴스
전씨는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냐”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충격과 슬픔이 그의 가슴을 메우고 있었던 걸까. 그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인근 주택 반지하방에서는 경찰과 소방관들이 허리까지 찬 흙탕물을 빼내느라 분주했다. 이 집에 살던 만삭의 엄마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두살배기 아이는 방에서 미처 데리고 나오지 못했다. 골목에 서서 이를 지켜보던 동네 주민들은 “어떡하냐”며 울먹였다. 아이는 끝내 싸늘한 시신으로 수습됐다.

주민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밤에 또 비가 많이 온다고 하는데···.”

뒤엉킨 차량들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우면산에서 일어난 산사태가 우면동 형촌마을을 덮치면서 토사에 휩쓸린 차량이 곳곳에 나뒹굴고 있다.
연합뉴스
남태령 전원마을이 산사태에 휩쓸리던 비슷한 시간, 우면산의 또 다른 자락에 있던 서초구 우면동의 형촌마을에도 산사태가 일어났다.

형촌마을은 우면산 생태공원 내 저수지 둑까지 터져 피해가 더 컸다. 저수지 물과 토사가 삽시간에 불어나면서 주민 한 명이 숨지고 차량 수십대가 파손됐다. 사망자는 S사 K회장 부인 Y씨(63)씨로 밝혀졌다. Y씨는 오전 9시쯤 지하실을 살피러 내려갔다가 갑자기 밀려온 흙탕물에 빠져나오지 못하고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마을 중앙도로가 토사에 막혀 외부와의 통로가 끊기는 바람에 120가구 중 60가구가 고립되기도 했다. 서초구와 소방당국은 이날 낮 12시30분을 기해 형촌마을 주민들에게 긴급대피령을 내렸다. 

27일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로 토사가 쌓인 방배동 남부순환로에서 구조대원들이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쑥대밭된 우면산 주변 남부순환로


우면산 자락에 자리한 예술의 전당 부근도 쑥대밭이 됐다.

이 근처 남부순환도로는 토사와 부러진 나뭇가지로 뒤덮여 차량 운행이 전면 통제됐고, 건너편 아파트는 3층까지 토사와 빗물의 습격을 받아 흉물스러웠다. 이 아파트에서도 정모(74·여)씨 등 6명이 숨졌다. 놀라서 뛰쳐나온 주민 수십명은 도로에 무릎까지 차오른 진흙탕과 나뒹구는 차들을 보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근처 아파트 1층의 황모(44)씨 집은 물살에 떠내려온 차가 베란다를 들이받아 순식간에 토사와 빗물이 집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정전으로 깜깜한 집에서 촛불을 켠 채 흙탕물을 퍼내던 황씨는 “집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차가 베란다를 들이받았다. 거실에 앉아 있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주민 조모(37·여)씨는 “재난영화에서 봤던 장면 같다. 하루 비 온다고 이렇게 되다니 믿을 수 없다”며 흐느꼈다.

이날 우면산 산사태로 19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으며 9명이 부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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