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수 같은 장맛비가 쏟아진 27일 중학교 2학년인 이수진(15) 양은 서울시 서초구 우면산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 했다. 이 양은 이날 갑작스런 폭우로 인해 학교를 가지 않고 우면동 생태공원 인근 자신의 집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옆 집에 살고 있던 이양의 외할아버지 홍모(73)씨와 외할머니 임모(72)씨는 이날 오전 8시30분께 집 앞 도로에 토사물이 밀려내려 오는 것을 보고 손녀 이양을 떠올렸다.
혹시라도 손녀에게 무슨일이 생겼을까 불안한 마음에 홍씨는 물살을 해치고 맨발로 뛰어나가 이양의 집 문을 두드렸다. 당시 물은 이미 홍씨의 무릎까지 차오른 상황이었다. 집 주변 도로변에는 나무가 뿌리가 뽑힌채 통채로 떠내려 오고 있었다. 홍씨는 문을 열면 집안으로 물이 쏟아져 들어가 자고 있는 이양을 덮칠까 걱정돼 이양에게 문을 열지 말라고 소리쳤다.
당시 이양은 홍씨가 문을 열지 말라는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문을 열려고 시도했으나 수압 때문에 문은 열리지 않았다. 다급해진 홍씨는 집 뒤로 돌아가 작은 방 창문과 방충망을 떼어내고 이양을 구출해 냈다.
이양은 "물이 종아리까지 차 올라 감전이 될까 봐 눈에 보이는 전기 코드부터 전부 뽑았다"며 "너무 당황해 아무 생각도 없이 할아버지 손을 잡고 도망쳐 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홍씨는 "밖에서 창문을 두드리고 손녀 이름을 부르는데도 대답이 없어 걱정을 많이 했다"며 "방충망을 뜯고 집에 들어갔더니 손녀가 놀라 바르르 떨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도의 상황도 잠시, 무릎까지 차 올랐던 물은 삽시간에 불어났다. 홍씨가 이양을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시간은 9시10분. 홍씨는 물이 더 불어나 휩쓸려 갈까 두려워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고립됐다.
홍씨의 집은 이양이 살고 있던 집보다 지대가 높아 구조대원이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었다. 이들은 오후 3시께 출동한 구조대원에 의해 임시로 마련된 종합상황실로 무사히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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