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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차떼기 데자뷔… 박근혜식 천막정치 다시 '시험대'

관련이슈 정치권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

입력 : 2012-01-10 08:02:31 수정 : 2012-01-10 08: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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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루자 공천 배제·대국민 사과
추가 고발·특검·국조까지 검토
‘구태’ 7차례 언급… 의지 결연
‘구태정치 척결’.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게는 숙명과도 같은 화두다.

박 위원장은 당을 백척간두의 위기로 몰아넣은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을 정면돌파키로 했다. ‘초강경’ 쇄신을 통해 부패관행의 고리를 끊음으로써 전화위복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다.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입술을 굳게 다문채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박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과 관련해 구태정치 단절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연합뉴스
그는 9일 비대위 회의 공개발언에서 “이번 사건을 구태 정치와 과거의 잘못된 정치 관행과 단절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비공개 회의에선 ‘구태’라는 단어만 일곱 차례 언급할 정도로 쇄신에 대한 결기를 드러냈다. 이런 그의 모습에서 2004년 ‘차떼기’ 사건의 ‘데자뷔’가 보인다. 2004년 총선을 불과 석 달 앞둔 시점에 ‘차떼기당’ 낙인과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 속에 등장해 ‘천막당사’로 상징된 자기 희생과 구태 단절의 행보로 구당(救黨)에 나섰을 때와 비교된다. 돈봉투 사건은 공교롭게도 발생시점이나 박 위원장의 역할 등이 차떼기 때와 정확하게 겹치기 때문이다.

당시 박 위원장은 궤멸 위기에 처한 한나라당 구원투수로 나서 총선을 진두지휘, 개헌저지선인 121석을 확보했다. 사실상 ‘기적’에 가까웠던 성적은 대선자금 상환을 위한 당사 매각과 천막당사 운영 등 상식을 뛰어넘는 고강도 쇄신책이 국민에게 먹혔기 때문이다.

이번 돈봉투 사건에서도 박 위원장은 2004년 ‘초심’을 떠올리는 모양새다. 그는 이날 회의에서 “(2004년 당시) 참회하는 마음으로 당헌·당규를 엄격히 만들고 (제가) 그대로 실행했다”며 “어렵게 신뢰를 회복했는데…”라고 했다. 자신이 뼈를 깎는 노력 끝에 되살려 놓은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승리하고 거대여당이 되면서 그때의 반성과 위기의식을 잊어버렸다는 안타까움을 드러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위원장이 쇄신의 고삐를 더욱 죌 것은 분명해 보인다. 대국민 사과와 함께 사건 연루자에 대한 19대 총선 공천 거부와 출당 등 과감한 ‘배제 징계’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 희생자가 박희태 국회의장을 비롯해 현 정부 전직 당 대표가 됐든, 정권 실세가 됐든 박 위원장은 예외없이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원칙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또 다른 돈이 오간 의혹이 제기되는 2010년 전대나 2008년 총선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 대한 추가 고발도 검토하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가 미진할 경우는 특검수사나 국정조사도 점쳐진다.

문제는 이런 카드가 2004년 때처럼 극적인 반전을 불러올 수 있느냐다. 일각에선 박 위원장의 ‘미다스의 손’이 이번엔 효과가 작을 것이란 비관론이 제기된다. 돈봉투 사건을 둘러싼 정치적 역학관계가 당시와 달라서다. 2004년 총선 때는 탄핵 역풍이 거셌지만 참여정부의 불안한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 불만도 적지 않았다. 보수세력은 한나라당의 든든한 우군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여당으로서 이명박 정부 실정까지 모두 덤터기 쓰고 가는 형국이다. 정강·정책의 ‘보수’ 표현 삭제논란에서 보듯 보수층 지원도 크게 기대하기 힘들다. 특히 2004년 때와 달리 여권의 선두 대권주자가 된 박 위원장은 당내외 잠룡과 경쟁세력의 방해공작과 ‘뒷다리잡기식’ 견제를 감수해야 하는 처지다.

나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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