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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시대 한국농업, 세계로 미래로] “FTA는 독약 아닌 보약” 돈되는 선진농업 일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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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1-31 18:42:01 수정 : 2012-01-31 18:4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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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오는 외국농산물 저가 공세 맞서 고품질 승부… 희망이 ‘주렁주렁’
자유무역협정(FTA) 시대에 농업은 고사 위기를 맞고 있다. 값싼 외국산 농산물이 사방에서 밀려드니 농민들은 질식할 지경이다. 그러나 희망이 없지 않다. 위기를 기회로 삼는 농민들에게서 희망의 빛이 보인다. 품질을 높여 ‘무장’한 뒤 해외로 눈을 돌리고, 또 다른 부가가치로 내수를 키우는 이들에게서 FTA 시대 한국 농업의 ‘이정표’를 발견한다. 

◆딸기의 변신, 외국인 입맛 사로잡다.


“한국에서 새로 나온 품종의 딸기입니다. 당도가 높고 과육도 단단해 상품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홍콩 바이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미국산 딸기도 있는데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겠습니까. 한국 인지도도 높지 않고….”

그러면서도 거래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았다. “일단 조금만 들여와 시장의 반응을 살피겠다”고 했다. 엘림무역(경기 화성) 오성진(44) 대표에게는 어둠 속 한 줄기 빛이 됐다.

이것이 시작이었다. 오 대표가 2004년 한국에서 개발된 딸기 품종인 ‘매향’을 해외로 들고 나가 수출을 시작한 이때부터 홍콩 등 동남아시아에서 한국 딸기가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데까지는 5∼6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매향’은 수출 시 운송에 수일이 걸리는 것을 감안해 쉽게 무르는 딸기의 단점을 개량한 것이다.

엘림무역 오성진 대표(왼쪽)가 토종 딸기 ‘매향’을 소개하고 있다.
엘림무역이 딸기 수출로 첫해 거둔 매출은 10만달러에 불과했다. 당시 홍콩에서는 미국산 딸기가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미국산 딸기는 과실이 크고, 잘 무르지 않는 특성이 있어 수출용으로 적합했다. 그러나 결정적 약점이 있었다. 향이 없고 당도도 떨어졌다. 샐러드용으로 쓰거나 꿀이나 시럽을 발라서 먹는 식이다. 당시 홍콩에선 이런 방법으로 딸기를 먹었다.

오 대표는 높은 당도의 한국산 딸기에 입맛을 들이면 충분히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확신은 오래지 않아 증명됐다. ‘매향’이 홍콩 시장에 풀리자 ‘달콤한 딸기’란 입소문이 퍼져 판매량이 늘기 시작했다. 2005년부터는 싱가포르에도 딸기 수출을 시작했다. 엘림무역이 홍콩과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수출한 딸기는 2005년 40만달러를 넘었고, 지난해는 400만달러를 기록했다. 그 사이 다른 국내 업체들도 이 지역에 진출해 지난해 국내산 딸기 매출은 2500만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산 딸기가 공급되는 11∼5월 동남아시아의 시장 점유율은 2010년 미국산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포도와 멜론도 동남아시아에 수출해 호응을 얻고 있다. 이 같은 수출 증가는 기업만의 수입 증가가 아니라 농민들의 소득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오 대표는 “결국은 품질이다. 품질이 훌륭하면 우리 농산물도 어디에 내놓든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품목”이라며 “외국 농산물이 들어와 내수 시장엔 한계가 있으므로 품종 개량을 통해 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으면 농업도 수출산업으로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충북 영동산 와인. 칠레산에 맞설 만큼 품질이 뛰어나다는 평이다.
◆2, 3차 산업 키워 수익 창출


한·칠레 FTA가 발효된 2004년 당시 우리 농가들 특히 포도 농가들의 반발은 거셌다. 가장 큰 피해를 보는 품목이기 때문이다. 2004년 포도의 재배면적은 2만2909ha에서 2010년 1만7572ha로 줄어들었고, 생산량 역시 36만7894t에서 30만5524t으로 줄었다. 반면 칠레산 포도는 국내에서 외국산 포도 가운데 2010년 70%를 차지해 2003년의 40%보다 크게 늘었다.

하지만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충북 영동군은 지역 특산물인 포도 품질을 개량하고, 단순 농산물 판매가 아닌 와인 개발과 관광 산업을 활성화해 오히려 수익을 늘렸다. 2005년 영동군은 정부 지원을 받아 지역 4538개 농가, 영동대학교·㈜와인코리아 등과 함께 영동포도클러스터사업단을 구축했다.

단순히 포도 판매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포도를 이용한 와인, 포도즙 등 가공식품 개발과 포도 농장의 관광화를 통해 상품가치를 높여 부가수익을 거두겠다는 전략이었다. 직접적인 영농지원에 익숙해 있던 농민들은 사업 초기 이 같은 사업이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을 품으며 반발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성과가 나타나자 적극적으로 사업을 끌고 나갔다.

품종 개발에 따라 좋은 포도만을 생산한다는 정책으로 영동군 포도 생산량은 2005년 4만1125t에서 지난해 3만3193t으로 줄어들었지만, 시장 점유율은 10.8%에서 12.3%로 올랐다.

포도 재배 농가의 총 소득 역시 2005년 873억9000만원에서 지난해 995억7900만원으로 올랐고, 농가당 수익도 같은 기간 2038만5000원에서 2507만7000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단순 포도 생산 판매가 아닌 와인, 포도즙, 주스 등을 상품화해 판매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에서 실시하는 지역농업클러스터 시범사업단 평가에서 2005년부터 4년 연속 최우수사업단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더구나 관광사업을 통한 부가수익도 크다. 매년 8월에 열리는 포도축제와 10월 와인축제는 전국에서 60만여명이 찾는다. 또 서울 등지에서 영동까지 운행하는 ‘와인트레인’이란 관광상품을 통해 매주 500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이에 영동군은 농가에서 직접 와인을 만드는 ‘농가형 와이너리’ 100개 농가를 발굴해 향후 체험형 관광상품으로 개발할 계획을 추진 중이다. 외국의 유명한 포도농가처럼 직접 농가들이 와인을 생산한 뒤 방문객들이 맛볼 수 있는 관광형 농가를 발굴해 관광산업을 더 활성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상혁·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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