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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국부다] 미국, 리더가 발벗고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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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2-05 20:17:24 수정 : 2012-02-05 20: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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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인재 미국에 남도록” 영주권 획득 시스템 마련
외국인 박사 학위자 70% 잔류 미국인 박사보다 높은 성취력
옛 소련은 1957년 10월 4일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했다. 소련과 함께 양강 구도를 형성했던 미국은 초비상 사태에 빠졌다. 옛 소련이 인공위성 발사로켓에 핵무기를 탑재해 미국으로 쏘면 미국은 끝장난다는 공포의 시나리오에 바들바들 떨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은 즉각 ‘스푸트니크 위기’를 선언했다. 그로부터 1년이 채 안 돼 미국은 항공우주국(NASA)을 창설했다.

미국은 스푸트니크 위기를 겪은 지 56년의 세월이 흘렀으나 아직도 그 순간을 잊지 않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국정연설에서 과학기술 진흥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우리 시대에 스푸트니크 순간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스푸트니크 위기를 계기로 미 하원에 창설된 과학기술위원회 창립 50주년 청문회가 열린 2008년 3월 “미국이 해외 고급 두뇌 유치를 위한 문호를 활짝 개방하지 않으면 미국의 기술 분야 지도력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게이츠는 그 후 해외 인재 유치 전도사로 나섰다.

미국에서는 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 분야를 일컫는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에 국가의 장래가 달려 있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다. 특히 글로벌 시대를 맞아 해외의 STEM 분야 최고 인재를 미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구글, 인텔, 야후, 이베이 등 IT 분야 세계적인 기업의 공동 창업자로 외국인들이 참여했다. 현재 미국의 첨단 기술 분야 창업의 25%가량을 외국인이 차지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외국인이 만든 첨단 기업 일자리가 20만개가량에 달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세계 최고의 인재가 미국에서 공부한 뒤 미국에 남도록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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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과학 기술 인재의 메카

미국의 대학은 해외 고급 인재를 끌어들이는 핵심 통로이다. 미국 국제교육원(IIE)의 통계에 따르면 약 20년 전 미국 대학에서 과학기술 분야 박사학위 취득자의 27%가 외국인이었다. 그러나 2009년에는 외국인 비율이 37%로 늘어났다. 특히 엔지니어링 분야는 2009년을 기점으로 외국인 박사학위 취득자가 모두 1만4724명에 달해 미국인을 앞질렀다. 국적별로 보면 중국 2263명, 인도 2263명, 한국 1525명 등의 순이다. 이들 세 나라가 외국인 과학기술 분야 박사학위 취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 박사학위 소지자의 70.7%가 학위 취득 후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미국에 남았다. 특히 중국 출신 박사학위 취득자의 83.3%, 인도 출신의 84.8%가 미국에 잔류했다. 조지타운대의 린지 로웰 교수는 “외국인 박사학위 취득자가 미국 기업 등에서 직업 훈련을 받으면서 미국인에 비해 40% 정도의 임금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저렴한 비용으로 고급 외국 인재를 활용하는 셈이다.

미국은 해외 고급 두뇌에게는 손쉽게 영주권을 내줘 미국에서 정착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2009년에 미국이 발급한 영주권 건수는 모두 110만건이며 이 중 14만건은 전문직에 종사하는 외국인에게 줬다. 미국은 또 연간 8만5000명의 외국인에게 H1B 비자를 내주고, 이들이 미국에서 취업해 영주권을 취득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중 2만명은 특별히 미국 대학에서 석사 또는 박사 학위를 받은 외국인 몫으로 할당해 놓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의 외국인 고급 인력이 미국인에 비해 우수하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맥그릴대학의 제니퍼 헌터 교수는 “미국에서 외국 출신 학자의 주요 연구 논문 게재 비율과 특허 취득 비율이 미국인 학자에 비해 2배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MIT의 패트릭 고울 박사는 “미국에서 중국 출신 박사학위 취득자의 논문 게재 비율이 미국인 박사에 비해 40%가량 높다”고 말했다.

국립인간유전체연구소 프랜시스 콜린스 박사(오른쪽)가 조지 부시 대통령 당시 과학 자문을 지낸 존 마버거 박사에게 연구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립인간유전체연구소(NHGRI) 제공
◆명경재 미 국립보건원(NIH) 종신연구원의 진단


명경재 박사는 서울대 동물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분자생물학 석사를 받은 뒤 미국 브라운대에서 분자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2002년에 미 국립보건원 연구원이 된 뒤 2009년에 종신연구원이 됐다. 종신연구원은 대학의 정교수처럼 평생 근무할 수 있는 신분을 보장받는다. 명 박사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그 어느 나라보다 막대한 연구비를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명 박사는 “NIH의 1년 예산이 지난해 기준으로 309억달러에 달하며 이 중 50억달러를 자체 연구비로 쓰고, 나머지를 다른 기관의 연구비로 지원한다”고 말했다. NIH 산하 국립인간유전체연구소(NHG) 소속인 그는 1년에 자신이 연구비로 100만달러가량 쓴다고 말했다.

명 박사는 “미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연구 실적 분야에서 앞서 있으며 특정 연구를 하다가 의문이 생기면 같은 캠퍼스에 있는 전문가와 즉각 협의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고 강조했다. 공동 기자재 연구실도 명 박사가 꼽는 미국의 연구 시설 장점 중의 하나이다. 명 박사는 “과학자가 처음으로 실험을 시도할 때에는 준비 기간이 몇 개월 소요될 수 있으나 첨단장비를 갖추고 있는 공동 기자재 연구실을 이용하면 그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NIH는 연구에 필요한 외국인 전문가가 있으면 취업 비자 쿼터 등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외국 전문가가 취업하도록 지원한다고 말했다. 현재 NIH에 한국계 과학자들이 약 300명 근무한다고 명 박사가 말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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