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가 청아한 목소리로 샹송 ‘오 샹젤리제’의 첫 소절을 시작했다. 비스트와 2PM 등 K-팝 스타들이 한 소절씩 이어 불렀다. 베르시(Bercy) 스타디움에 모인 1만여 관객은 우뢰 같은 환호와 함께 기립하며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K-팝 전사들이 프랑스 파리의 밤을 또다시 달궜다.
지난해 6월 SM엔터테인먼트의 공연에 이은 K-팝 가수들의 두 번째 파리 공연이다. 영하권을 맴도는 매서운 날씨에도 프랑스는 물론 이웃 스페인과 이탈리아, 포르투갈, 영국, 폴란드, 네덜란드에서 1만여 명이 모여들었다. 객석을 가득 메운 푸른 눈과 검은 피부의 지구촌 한류 팬. 좋아하는 그룹 이름을 부르거나 파도타기 응원을 펼치며 장내 분위기를 돋웠다.
8일(현지시간) ‘K팝 페스티벌-뮤직뱅크 인 파리’에서 유럽의 K-팝 팬들이 K-팝 스타들의 공연에 탄성을 지르며 환호하고 있다. |
샤이니는 이날 멤버 온유의 발목 부상으로 4인 무대를 꾸몄지만, ‘링딩동’과 ‘루시퍼’ 등 익숙하고 재미난 리듬, 따라 부르기 쉬운 가사, 중독성 강한 히트곡에 박진감 넘치는 댄스로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 냈다. 2PM은 공연장의 조명을 끈 뒤 관객들에게 카메라를 꺼내들고 동시에 사진을 찍도록 유도해 곳곳에서 플래시가 터지는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하며 팬들을 사로잡았다.
K-팝 전사들은 소녀시대의 마지막곡 ‘더 보이스’에 이르기까지 3시간에 걸친 열정의 무대를 유럽 팬에게 선사했다.
공연에 앞서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는 카날 플뤼, 프랑스 투, 르몽드 매거진, 라디오 프랑스 등 현지 언론 54곳이 참여해 K-팝의 뜨거운 열기를 반영했다.
KBS 김인규 사장은 한류 전도사인 자크 랑 하원의원을 비롯한 프랑스 문화계 인사와 박흥신 주불대사 등을 초청한 리셉션 자리에서 “K-팝은 국가와 인종을 초월해서 지구촌 젊은이들이 공감을 나누는 콘텐츠”라고 밝혔다.
“지난해 SM 공연 때보다 다채로운 소속 팀이 와서 더 좋다”고 한 스페인 출신 마리아 산체스(19)는 “소심했던 내 성격을 고쳐주고 자신감을 심어 준 게 K-팝”이라면서 “스페인에서도 이 같은 공연을 자주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류의 새 지평을 열고 있는 K-팝. 파리는 K-팝의 낭만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파리=김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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