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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이때”… 구멍 뚫린 대미외교

입력 : 2012-02-17 23:10:21 수정 : 2012-02-17 23: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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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주미대사 전격 사임 ‘뒷말 무성’ 한덕수 주미 대사가 돌연 사의를 표명하고, 17일 무역협회장으로 추대됐으나 말을 갈아타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아 미국 워싱턴 외교가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그가 대미 외교의 야전사령관 자리를 갑자기 떠남으로써 일정 기간 주미 대사 자리가 공석으로 남는 ‘외교 공백’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한덕수 주미 대사가 16일(현지시간) 뉴욕 JFK 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한국과 미국이 3월 말 이전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발효할 예정이다. 오는 3월 26∼27일에는 단군 이래 최대 외교행사로 꼽히는 핵안보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제안해 성사된 이 회의는 미국에 이어 한국에서 두 번째로 열린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에 이 회의 주최를 요청했기 때문에 이번 회의를 앞두고 한·미 간에 물 샐 틈 없는 공조체제가 가동돼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또 한국이 이란으로부터 석유 수입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한·미 양국 간에 국익을 건 치열한 줄다리기가 전개되고 있다.

한 대사는 그동안 ‘한·미 FTA 전도사’를 자임해 왔다. 한·미 FTA 비준안이 한국과 미국에서 통과돼 그가 소임을 다했다고 할 수 있으나 아직 발효절차가 끝나지 않은 만큼 한 대사가 ‘유종의 미’를 거뒀다고 말하기는 어렵게 됐다. 그는 이 점을 의식해 그동안 한·미 FTA 발효를 위한 실무적인 준비작업에 매진해 왔다는 게 주미 대사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핵안보정상회의도 마찬가지이다. 한 대사는 핵안보정상회의의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인식 아래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 숨가쁘게 움직여 왔다. 핵안보정상회의는 비록 북한의 핵 개발 문제를 정식 의제로 다루지는 않지만 핵 물질 통제 차원에서 북한 문제를 논의하게 된다. 서울에는 오바마 대통령 등 50여 개국 정상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4개 국제기구 수장이 운집한다.

미국이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의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미국 은행과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국방수권법 시행 문제도 한·미 간에 시급히 정리돼야 할 중대한 사안이다.

한 대사가 귀국하고, 청와대가 빠른 시일 내에 후임 주미 대사를 지명해도 후임자가 곧바로 부임할 수는 없다. 후임자가 결정되면 미국 정부가 아그레망으로 불리는 신임장 제정 절차를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절차는 서둘러도 최소 1개월 이상 걸린다. 이렇게 되면 한·미 간에 핵심 외교 현안을 대미 외교 최일선에서 진두지휘해야 할 주미 대사 자리가 ‘상당 기간’ 비어 있게 된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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