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대미 외교의 야전사령관 자리를 갑자기 떠남으로써 일정 기간 주미 대사 자리가 공석으로 남는 ‘외교 공백’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한덕수 주미 대사가 16일(현지시간) 뉴욕 JFK 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에 이 회의 주최를 요청했기 때문에 이번 회의를 앞두고 한·미 간에 물 샐 틈 없는 공조체제가 가동돼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또 한국이 이란으로부터 석유 수입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한·미 양국 간에 국익을 건 치열한 줄다리기가 전개되고 있다.
한 대사는 그동안 ‘한·미 FTA 전도사’를 자임해 왔다. 한·미 FTA 비준안이 한국과 미국에서 통과돼 그가 소임을 다했다고 할 수 있으나 아직 발효절차가 끝나지 않은 만큼 한 대사가 ‘유종의 미’를 거뒀다고 말하기는 어렵게 됐다. 그는 이 점을 의식해 그동안 한·미 FTA 발효를 위한 실무적인 준비작업에 매진해 왔다는 게 주미 대사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핵안보정상회의도 마찬가지이다. 한 대사는 핵안보정상회의의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인식 아래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 숨가쁘게 움직여 왔다. 핵안보정상회의는 비록 북한의 핵 개발 문제를 정식 의제로 다루지는 않지만 핵 물질 통제 차원에서 북한 문제를 논의하게 된다. 서울에는 오바마 대통령 등 50여 개국 정상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4개 국제기구 수장이 운집한다.
미국이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의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미국 은행과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국방수권법 시행 문제도 한·미 간에 시급히 정리돼야 할 중대한 사안이다.
한 대사가 귀국하고, 청와대가 빠른 시일 내에 후임 주미 대사를 지명해도 후임자가 곧바로 부임할 수는 없다. 후임자가 결정되면 미국 정부가 아그레망으로 불리는 신임장 제정 절차를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절차는 서둘러도 최소 1개월 이상 걸린다. 이렇게 되면 한·미 간에 핵심 외교 현안을 대미 외교 최일선에서 진두지휘해야 할 주미 대사 자리가 ‘상당 기간’ 비어 있게 된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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