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이용률 양극화… 정보격차 사회성 결여로
스마트폰 등 고가의 모바일 기기 보급이 늘면서 ‘정보화 빈부격차’가 사회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수십만원이나 하는 비싼 기기값, 한 달 5만원을 훌쩍 넘기는 통신요금은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저소득층에게 그저 남의 얘기다. 가난할수록 더 가난해지고 부자일수록 더 부자가 되는 ‘빈익빈 부익부(貧益貧富益富)’ 현상이 모바일 시대 ‘신(新)정보격차’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영구임대아파트에 사는 주부 김모(37)씨는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자신의 아이가 또래에 비해 뒤처지지나 않을까 늘 걱정이다. 초등학교 6년에 올라간 아이는 아직 일반 휴대전화도 없다. 요즘 교육용 애플리케이션(앱)이 많이 개발돼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학습을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김씨는 빚을 내서라도 스마트폰을 사줘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고 한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 사용이 확산되면서 김씨처럼 한숨이 늘어가는 저소득층 부모가 많다. 스마트폰을 자녀에게 사주고 싶어도 워낙 고가인 데다 매월 통신비 부담이 커 엄두를 못낸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가난이 정보격차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학력격차와 소득격차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부르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스마트폰 이용자 중 대학원 이상 학력자의 비중은 40%에 달했다. 하지만 고졸 이하 학력은 17.9%에 그쳐 학력이 낮을수록 스마트폰 이용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은 단말기 값만 80만∼90만원대이고 요금도 3세대(3G) 스마트폰의 경우 4만원대, 롱텀에볼루션(LTE) 4세대(4G) 스마트폰은 6만원대로 올라간다. 소득 하위 20%에 속하는 계층의 한 달 자녀 교육비가 8만5735원(2010년 기준, 한국은행)인 점을 감안하면 저소득층의 스마트폰 사용은 사실상 어려운 형편이다.
# 빈부격차가 낳은 정보격차
문제는 정보 습득과 인적 네트워크 형성의 수단이 PC에서 스마트폰·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기기 사용에서 뒤처질수록 정보화사회에서 고립되는 집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따르면 대부분 가정에 PC가 보급되면서 초고속인터넷 이용률은 월소득 500만원 이상 집단(97.2%)이나 200만원 미만 집단(96.3%)이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스마트폰 이용률은 월소득 500만원 이상 집단이 두 배나 높다. PC 보급 초기 때와 같은 심각한 정보격차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저소득층이 모바일 정보화에서 소외되는 현실은 다른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1 정보격차지수 및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저소득층의 모바일 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100점으로 가정) 보다 훨씬 낮은 48.6점에 그쳤다. 농어민은 22.7점, 장노년층은 18.8점으로 장애인(27.8점)보다 낮았다. 가난하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정보화사회의 외톨이가 되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정보격차는 사회적 이슈에 참여하는 기회를 빼앗아가는 결과를 낳고 있다. 스마트폰 이용률이 낮다 보니 당장 벌어지는 사회적 이슈에도 둔감하게 되고, 내용을 잘 모르니 적극적인 의견 표명도 어렵게 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넷 이용자 중 일반국민의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률은 47.1%로 나타났지만 취약계층은 29.5%에 불과했다. 관련 기사에 댓글 달기, 정부·지자체 홈페이지에 의견 개진 및 정책 제안, 커뮤니티 가입과 글 게시·토론참여, 블로그 운영, 인터넷 여론조사 참여 등의 활동을 하지 못하면서 여론 형성 집단에서 배제되기 일쑤다. 취약계층의 의견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여론이 왜곡되는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박창호 숭실대 교수(정보사회학)는 “ PC의 경우 ‘소유격차’보다 이용 방법을 몰라서 발생하는 ‘이용격차’ 문제가 컸다”며 “하지만 모바일 기기는 단말기 구입비와 이용료가 너무 비싸 접근할 수 있거나 아예 그러지 못하는 ‘소유격차’가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 같은 소유격차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이며 과거 김대중정부 시절 국민 PC 보급 운동처럼 저소득층을 위한 재정 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최현태·이희경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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