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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이 뭐야?"…저소득층 '아날로그 세상'에 갇히다

관련이슈 그들만의 '디지털 대한민국'

입력 : 2012-03-11 19:42:23 수정 : 2012-03-12 15: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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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디지털 대한민국'] (상) 빈부격차가 정보격차로
스마트폰 이용률 양극화… 정보격차 사회성 결여로
스마트폰 등 고가의 모바일 기기 보급이 늘면서 ‘정보화 빈부격차’가 사회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수십만원이나 하는 비싼 기기값, 한 달 5만원을 훌쩍 넘기는 통신요금은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저소득층에게 그저 남의 얘기다. 가난할수록 더 가난해지고 부자일수록 더 부자가 되는 ‘빈익빈 부익부(貧益貧富益富)’ 현상이 모바일 시대 ‘신(新)정보격차’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 확산의 그늘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영구임대아파트에 사는 주부 김모(37)씨는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자신의 아이가 또래에 비해 뒤처지지나 않을까 늘 걱정이다. 초등학교 6년에 올라간 아이는 아직 일반 휴대전화도 없다. 요즘 교육용 애플리케이션(앱)이 많이 개발돼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학습을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김씨는 빚을 내서라도 스마트폰을 사줘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고 한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 사용이 확산되면서 김씨처럼 한숨이 늘어가는 저소득층 부모가 많다. 스마트폰을 자녀에게 사주고 싶어도 워낙 고가인 데다 매월 통신비 부담이 커 엄두를 못낸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가난이 정보격차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학력격차와 소득격차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부르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스마트폰 이용자 중 대학원 이상 학력자의 비중은 40%에 달했다. 하지만 고졸 이하 학력은 17.9%에 그쳐 학력이 낮을수록 스마트폰 이용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이용률은 소득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스마트폰 이용자 중 월소득 500만원 이상인 가구는 20.7%이지만 소득 200만원 미만 가구는 9.9%에 불과했다. 이는 일반 휴대전화보다 비싼 단말기와 통신요금 탓이 크다.

스마트폰은 단말기 값만 80만∼90만원대이고 요금도 3세대(3G) 스마트폰의 경우 4만원대, 롱텀에볼루션(LTE) 4세대(4G) 스마트폰은 6만원대로 올라간다. 소득 하위 20%에 속하는 계층의 한 달 자녀 교육비가 8만5735원(2010년 기준, 한국은행)인 점을 감안하면 저소득층의 스마트폰 사용은 사실상 어려운 형편이다.

# 빈부격차가 낳은 정보격차

문제는 정보 습득과 인적 네트워크 형성의 수단이 PC에서 스마트폰·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기기 사용에서 뒤처질수록 정보화사회에서 고립되는 집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따르면 대부분 가정에 PC가 보급되면서 초고속인터넷 이용률은 월소득 500만원 이상 집단(97.2%)이나 200만원 미만 집단(96.3%)이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스마트폰 이용률은 월소득 500만원 이상 집단이 두 배나 높다. PC 보급 초기 때와 같은 심각한 정보격차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저소득층이 모바일 정보화에서 소외되는 현실은 다른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1 정보격차지수 및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저소득층의 모바일 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100점으로 가정) 보다 훨씬 낮은 48.6점에 그쳤다. 농어민은 22.7점, 장노년층은 18.8점으로 장애인(27.8점)보다 낮았다. 가난하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정보화사회의 외톨이가 되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 정보격차가 사회성 결여로

정보격차는 사회적 이슈에 참여하는 기회를 빼앗아가는 결과를 낳고 있다. 스마트폰 이용률이 낮다 보니 당장 벌어지는 사회적 이슈에도 둔감하게 되고, 내용을 잘 모르니 적극적인 의견 표명도 어렵게 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넷 이용자 중 일반국민의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률은 47.1%로 나타났지만 취약계층은 29.5%에 불과했다. 관련 기사에 댓글 달기, 정부·지자체 홈페이지에 의견 개진 및 정책 제안, 커뮤니티 가입과 글 게시·토론참여, 블로그 운영, 인터넷 여론조사 참여 등의 활동을 하지 못하면서 여론 형성 집단에서 배제되기 일쑤다. 취약계층의 의견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여론이 왜곡되는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박창호 숭실대 교수(정보사회학)는 “ PC의 경우 ‘소유격차’보다 이용 방법을 몰라서 발생하는 ‘이용격차’ 문제가 컸다”며 “하지만 모바일 기기는 단말기 구입비와 이용료가 너무 비싸 접근할 수 있거나 아예 그러지 못하는 ‘소유격차’가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 같은 소유격차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이며 과거 김대중정부 시절 국민 PC 보급 운동처럼 저소득층을 위한 재정 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최현태·이희경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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