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구긴채 권력승계 마무리 광명성 3호 발사 기지가 있는 평안북도 철산군의 동창리 하늘은 13일 오전 짙은 구름이 끼어 있었다. 그럼에도 발사를 강행한 것은 이를 정치적 이벤트로 활용할 수밖에 없는 북한의 내부 사정에 기인한다.
이날 3대 권력세습 마침표를 찍는 최고인민회의 제12기 5차회의가 열렸다. 노동당 제1비서에 오른 김정은은 이 회의에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추대됐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추대됐다.
15일은 김일성 주석 생일인 태양절로, 올해 100년을 맞이해 강성대국 진입 선포를 앞둔 상황이다. 미사일 발사는 올해 강성대국 문을 열고, 새 지도자 김정은 시대를 대내외에 알리는 축포였던 셈이다. 김정일과는 달리 단기간에 권력을 물려받은 김정은은 아버지의 유훈을 철저히 따르는 방식으로 권력공백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북한 매체는 선군정치 사상을 체계화한 김정일의 최대 업적이 핵과 인공위성 기술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일의 유훈을 관철하는 차원에서 ‘인공위성 발사’를 추진한 북한 지도부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라며 “미사일 발사 강행을 주장한 세력이 책임을 질 수도 있으나 유훈 관철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고 기술 결함으로 실패한 것이니 다른 형태로 문제를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발사계획이 확정된 상황에서 유일한 변수는 기상여건이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북한이 발사를 예고한 첫날인 12일 동창리 부근 오전 날씨는 구름이 많고 흐렸다. 13일 오전에는 맑았으나 일부 지역에 안개가 짙게 끼고 대기 중 높은 곳은 맑은 것으로 기상청은 분석했다. 예고 마지막 날인 16일에는 비가 올 것으로 예보돼 이를 앞두고 발사를 서둘렀을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외신기자들까지 불러들여 발사 현장을 공개한 결과가 실패한 상황에서 실패를 공개 시인한 북한의 선택은 더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신기자들을 초청해 대대적으로 선전했기 때문에 발사 실패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며 “로켓이 분리돼 대기권 밖으로 날아갔더라면 궤도 진입에 실패했더라도 성공했다고 우길 수 있었으나 제대로 날아가지도 못했기 때문에 실패를 시인한 듯하다”고 분석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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