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북한 ‘광명성 3호 위성’을 탑재하고 발사된 직후 폭발한 ‘은하 3호’ 로켓. 북한 기술자들이 지난 8일 평북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에서 발사대에 장착된 은하 3호를 점검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북한 전문가들은 “미사일 발사 실패에 따른 ‘정치적 위기’를 비껴가기 위해 김정은 체제가 추가 도발에 더 집착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에 따라 나오는 것이 핵실험이다. 북한은 국제사회가 압박에 나서면 3차 핵실험을 강행하며 무력시위에 나설 수 있음을 이미 시사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 4일 “2·29 북·미 합의에 포함된 식량지원이 취소된다면 핵실험을 중지하기로 한 공약도 취소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북한은 과거에도 장거리미사일 발사 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빌미삼아 두 차례 핵실험을 한 전력이 있다. 북한은 2006년 7월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로 유엔 안보리 결의 1695호가 채택되자 3개월 뒤에 1차 핵실험을 했다. 2009년 4월 ‘광명성 2호’ 발사 한 달여 뒤에는 2차 핵실험을 했다.
더욱이 정보당국은 최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토사더미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토대로 북한이 이미 핵실험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김관진 국방장관은 13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3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실험은 북한으로서도 적지 않은 부담을 수반한다.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해 나갈 명분을 잃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김정은 체제가 제대로 착근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제사회와 전면전을 벌여야 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북한은 유엔 안보리 대응수위를 예의 주시하며, 3차 핵실험 시기를 저울질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실험에 앞서 무수단리에서 추가로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훼손된 김정은 체제 지도력
‘광명성 3호’ 발사 실패로 김정은의 지도력 훼손이 불가피해졌다. 이번 미사일 발사가 ‘축포’가 아닌 ‘망신포’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대내적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임을 앞세워 2·29 북·미 합의를 깨고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강행함으로써 체제 결속 강화를 도모하는 한편 향후 대미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던 김정은의 구상은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바깥세상 정보를 접할 기회가 많은 북한 상층부 엘리트그룹이 김정은 체제에 대한 불안감을 가질 가능성은 더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이어질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미국은 대북 식량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북한 내 식량문제를 해결할 출구도 좁아졌다. 발사 실패로 대미 협상력도 약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박창억·김민서 기자 danie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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