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표기·위안부 등 日 지지 한국의 대미 외교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동해 표기와 일본군 위안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일본의 핵무장 추진 등 첨예한 쟁점에 대해 미국이 일본을 두둔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일본해 표기 지지 방침을 밝혔다. 커트 캠벨 동아태 차관보는 이날 백악관 인터넷 민원사이트에 올린 답변문에서 “각각의 바다, 또는 해양을 하나의 이름으로 지칭하는 것은 미국의 오랜 방침”이라며 “일본 열도와 한반도 사이에 있는 수역에 관한 미국의 오랜 방침은 일본해”라고 밝혔다. 캠벨 차관보는 “이 명칭이 국가 주권에 관한 미국의 입장을 반영하지는 않는다”고 전제하기는 했다. 그러나 사실상 동해 명칭 논란에서 미국이 일본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위안부 문제에서도 일본에 유리한 ‘기계적 중립’으로 일관하고 있다. 백악관은 민원사이트에 올라온 청원이 30일 이내에 서명인 2만5000명을 넘으면 공식 답변을 내놓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위안부 기림비를 철거해달라’는 일본인의 청원에 대해 서명자가 3만명을 넘었지만 지금까지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주한 미 외교소식통은 “해당 지자체의 뜻을 존중하지만 중앙정부 차원에서 (위안부 기림비에 대해) 뭔가를 말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독도와 위안부 문제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이 미 국무부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이런 태도는 군사적 분야에서 더욱 선명하다. 특히 한·일의 핵·미사일 문제에 대해 미국은 정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 국무부 당국자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일본의 핵무장 움직임과 관련, “일본 정부가 군사적인 목적으로 원자력을 사용할 의도가 전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며 일본의 해명에 힘을 실어줬다.
일본이 원자력법과 우주항공 관련법을 개정한 것은 핵탄두 제조와 장거리 탄도 미사일 개발을 위한 수순으로 의심받기 충분하다. 하지만 미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는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연장 요구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요구를 ‘핵무장 가능성’과 ‘주변국 자극’을 들어 허용하지 않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미국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추진과정에서도 일본에 가까웠다. 미국은 지난달 중순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담에서 이 협정의 조기 체결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성환 외교장관이 “국민정서상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지만 미국은 양해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김동진·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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