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영역 A 17%… 수능으로 치면 11만7000명 동점
‘말하기’·‘쓰기’ 등 새로 추가… 사교육 부채질 우려도 12일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AET)의 성적 분포도가 공개되면서 변별력 논란이 재점화할 태세다. 니트가 수능 영어를 대체할 경우 대부분 대학이 채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니트 2급의 영역별 A등급 득점자가 ‘쓰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40%를 넘었기 때문이다. 전 영역에서 모두 A를 받은 응시생 또한 전체의 17.4%에 달했다.
대학들은 “A득점자가 이렇게 많으면 니트는 선발시험으로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반발하고 교육과학기술부는 “니트는 원래 선발 기능보다는 고교 교육과정 이수 정도 및 대학수학 자격을 묻기 위해 도입된 시험”이라고 맞서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올해 수시 전형에서 니트를 활용하는 7개 대학에 통보한 ‘니트 1·2차 시험 분석 결과’를 보면 전 영역에서 A등급을 받은 수험생이 17.4%이다. 이 같은 A등급 비율이 수능에서도 이어진다면 한 해 수능 영어 응시생 약 66만명 가운데 11만7000명가량이 동점을 받는 셈이 된다. 가뜩이나 최근 몇년간 이어진 대입 당국의 ‘쉬운 수능’ 기조로 “학생을 어떻게 선발하라는 것이냐”고 불만을 토로해온 대학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올해 수시모집 어학특기자전형에서 니트를 반영하는 한 대학 관계자는 “간단히 말하자면 수능 1등급과 2.5등급 학생을 니트 성적으로는 분간할 수 없다는 얘기”라며 “이번에는 토플 점수 등을 참고해 합격자를 뽑을 수 있겠지만 만약 니트가 수능 영어를 대체한다면 어학특기생을 어떻게 선발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입시학원 관계자 역시 “의사소통 능력 중심의 실용영어로 가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니트가 선발 시험으로서 의미를 가지려면 최상위권 비율이 11% 수준은 유지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니트에서 변별력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니트가 고교 교육과정 이수 정도를 측정하는 절대평가인 까닭에 기존 상대평가처럼 수험생들 순위를 매길 수 없다는 것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굳이 니트에서 변별력을 요구한다면 특정 영역에 대한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어느 정도 모집전형에 부합하는 학생을 선발할 수는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니트는 수험생이 대학 교육을 받을 만한 능력을 갖췄는지를 살피는 데만 활용하고 우수 학생 선발은 나머지 국어·수학 등의 점수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말하기’와 ‘쓰기’ 등 기존 수능 영어에 없던 평가항목이 추가되면서 사교육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수능의 EBS 70% 이상 연계로 직격탄을 맞았던 학원가는 니트 도입을 절호의 재기 기회로 삼고 2∼3년 전부터 니트반 강좌를 개설해놓은 상태다. 자체적인 니트 모의고사 등을 교재로 만든 어학원들도 상당수다. 이들은 “말하기, 쓰기의 경우 늦어도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대비하지 않으면 A등급을 받을 수 없다”며 학생·학부모들을 현혹하고 있다. 영어 공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신도 학원계 ‘니트 붐’에 일조했다.
교과부는 니트의 수능 대체가 사교육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기우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니트 1·2차 시험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학교 교육만 충실하면 충분히 원하는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중상위권은 굳이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A등급을 받을 수 있고, 하위권의 사교육 수요는 솔직히 수능 영어든, 니트든 상관없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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