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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속으로…‘천년전 中世와 만나다’

입력 : 2012-10-04 17:59:39 수정 : 2012-10-04 17:5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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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속으로… ‘밤베르크’ ‘크베들린부르크’
독일의 작은 중세도시 밤베르크와 크베들린부르크는 독일 사람들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치르며 국토 대부분이 공습으로 파괴된 독일에서는 유명한 유적이라고 해도 전후에 복원된 것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밤베르크와 크베들린부르크는 전쟁 중에 거의 피해를 입지 않아 옛 시가지가 원형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고, 그 덕택에 모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한국인에게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두 곳에 대한 독일 사람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1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 한적한 작은 중세도시를 천천히 거닐다 되면 그림같이 예쁜 건물에 감탄하게 되고, 번잡했던 마음이 어느새 차분히 정돈되는 기분을 맛보게 된다. 

밤베르크는 시내 한가운데 레크니츠 강이 흐르는 물의 도시다. 강 위에 세워진 옛 시청사는 밤베르크의 대표 명소로, 독특한 풍광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독일의 작은 베니스, 밤베르크


바이에른 주에 속한 밤베르크는 인구 7만명의 작은 도시로, 11세기 초 신성로마제국 하인리히 2세에 의해 교구가 설치되며 역사에 본격 등장한다. 2400여 채의 중세 건물이 남아 있는 옛 시가지가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밤베르크 여행은 요란한 강물 소리를 듣는 것으로 시작됐다. 늦은 밤 도착해 호텔 방에 들어서자 창문 밖으로 물소리가 우렁차다. 창문을 열어보니 바로 아래로 강물이 힘차게 흐르고 있다. 밤베르크는 이같이 중세도시이면서 물의 도시다. 도시 한가운데를 레크니츠 강이 흐르고, 이 강가에 중세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호텔 식당도 강 위에 세워져 있고, 식당 바닥은 강 수면보다 서너 뼘 정도밖에 높지 않다.

밤베르크의 대표 명소는 레크니츠 강 다리 중간에 세워진 옛 시청사다. 14세기에 처음 세워진 이 건물은 여러 차례 증축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건축양식이 혼합되었다. 18세기에 전면부 벽면에 돌출형으로 증축된 3층 건물은 조형미가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형태여서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옛 시청사 아래쪽 예쁜 집들이 늘어선 강가는 ‘작은 베니스’라고 불린다. 중세에 어부들이 살던 이 집 밖으로 나서면 곧바로 강으로 연결되고, 강물 위에는 곤돌라와 보트가 떠다닌다. 이곳 풍경 때문에 현지 사람들은 밤베르크를 ‘독일의 베니스’라고 부른다. 실제 베니스와 비교하면 규모는 작지만, 중세건물과 물길이 빚어내는 정취는 더할 나위 없이 빼어나다.

1004년 처음 세워진 대성당(성 베드로와 성 게오르그 성당)과 그 옆 장미정원에서 내려다보는 시내 전경도 빠뜨릴 수 없다. 대성당은 로마네스크에서 고딕 양식으로 옮겨가는 과도기의 대표적인 건축물로 꼽힌다. 온갖 색상의 장미로 뒤덮인 정원에서 내려다본 밤베르크 시내는 중세도시답게 빨간 지붕 일색이다.

밤베르크를 찾았다면 훈제맥주를 맛보지 않을 수 없다. 밤베르크에서만 생산되는 훈제맥주는 맥주를 빚으며 맥아를 불에 구워 훈제향이 난다고 한다. 훈제향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지만, 600년 이상 훈제맥주를 빚었다는 ‘슐렝케를라’ 양조장은 이색맥주를 맛보려는 관광객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슐렝케를라에서는 슈바인학센(독일식 족발), 자우어크라우트(발효시킨 양배추) 등 독일 전통음식도 내놓는데, 그릇은 투박하지만 맛은 일품이다. 

#목골가옥 즐비한 크베들린부르크


작센 안할트주에 속한 크베들린부르크는 919년 왕위에 오른 하인리히 1세가 새 궁전을 건설한 곳으로, 이때부터 독일왕국의 본격적인 역사가 시작된다. 중세 이래 번성한 무역도시였고 대규모 종교회의도 자주 열리던 곳이었으나 지금은 인구 3만명이 채 안 되는 소도시로 천천히 걸어도 반나절이면 다 돌아볼 수 있다

1300여 채의 중세 목골가옥(Timber framed house)이 잘 보존되어 있는 옛 시가지, 하인리히 1세의 무덤이 있는 협동교회가 세워진 성언덕(Castle Hill)이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협동교회는 독일 로마네스크 양식의 대표적인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힌다.

600여 년 전 중세시대에 조성된 옛 시가지의 집들은 나무로 골조를 세우고, 그 사이는 진흙이나 벽돌로 메워 벽을 만든 목골가옥이다. 중세 목골가옥이 이같이 대규모로 남아 있는 경우를 유럽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고 한다. 한결같이 붉은색 지붕을 이고 있는 목골가옥의 골조는 비뚤비뚤하거나 기울어져 있기 일쑤이지만, 파스텔톤 벽면과 어울려 절묘한 아름다움을 빚어낸다. 이곳의 건물배치나 풍경은 중세시대 그대로다. 그러다 보니 중세 풍경을 필요로 하는 영화의 단골 촬영지이기도 하다.

산더미만 한 암석 위에 세워진 성언덕의 고성에 오르면 붉은색 지붕으로 가득 찬 중세 옛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파란 가을 하늘 아래 펼쳐진 너무도 조용하고 평화로운 정경에 마음을 뺏긴 여행자들은 한동안 발길을 옮기지 못한다.

밤베르크·크베들린부르크(독일)=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 여행정보

밤베르크·크베들린부르크·아이슬레벤·비텐베르크를 여행하려면 뮌헨을 기점으로 삼는 게 편하다. 루프트한자항공(www.lufthansa.com/kr·02-2019-0180)이 부산∼인천∼뮌헨을 주 6회 운항한다. 인천공항에서 뮌헨까지 10시간 정도 걸린다. 도시 간 이동은 기차로 하는 게 좋다. 독일 기차여행 정보는 www.bahn.de에서 얻을 수 있다. 가을에 독일여행을 할 때는 따뜻한 복장을 준비하는 게 좋다. 독일관광청 홈페이지(www.germany-tourism.de)에서는 여행정보를 한국어로도 제공한다. 독일관광청 한국사무소 (02)773-6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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