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자원봉사자들 가운데 고학력자가 적지 않다. 그렇다고 이들한테 편안한 일이 맡겨지는 건 아니다. 외국의 명문대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한 자원봉사자는 정당의 경우 갓 입사한 당직자가 주로 맡는 보도자료, 문자 메시지를 기자들에게 전송하는 일을 하고 있다. 캠프에서 배출되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자처한 봉사자도 있다. 이들은 경험, 재능기부가 어렵다면 몸으로라도 때우겠다는 이른바 ‘몸빵’도 마다하지 않는다.
정당 기반이 없는 안철수 캠프에선 자원봉사자가 캠프 운영의 주축이라고 할 만하다.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공공정책학 석사 과정 중인 박소령(32)씨는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안철수 캠프를 찾았다. 상황실에서 근무하는 전영재(19)씨는 미국 애머스트대 휴학생이다. 현재 자원봉사자는 160여명으로 늘어났다.
박인복 민원팀장은 “필요한 인원이 생기면 자원봉사 신청자들 가운데 면접을 거쳐 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신청자만 400여명에 달한다.
신문사 교열기자 출신의 한 자원봉사자는 한글학회에서 국어공로상을 수상했던 인재다. 정책자료집 등 캠프에서 만드는 문서 편집을 돕고 있다. 미국에 거주하는 김모(64)씨는 장교 출신으로 현지에서 재외국민투표 독려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 이화여대 로스쿨 출신의 자원봉사자는 민원실로 찾아오는 이들의 법률 상담을 맡았다. 대기업을 다녔던 이모(55)씨는 자신의 차량을 기부하면서 운전을 하고 있다.
최연소 자원봉사자는 안양시에서 초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현아림(9)양. 면접에서 “(안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학교교육을 바꿔달라”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고 한다. 매주 일요일에 캠프에서 봉사하겠다는 일정도 제시했다.
◆문재인 캠프, 상주인원만 200여명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선대위를 구성하는 3개의 축 가운데 하나가 아예 ‘시민캠프’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결합한 온·오프라인 조직으로, 자원봉사자 중심으로 운영된다. 여의도 동화빌딩 시민캠프 사무실에만 상주인원 200여명이 개인 책상도 없이 ‘오픈 사무국’ 형식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민캠프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안도현 시인, 백무현 화백, 김형석 작곡가부터가 자원봉사자다. 국민명령1호, 2030 네트워크 같은 캠페인 주제별·부문별·지역별 네트워크 조직만 50여개가 이미 활동 중이거나 구성될 예정이다. 전기자동차 관련 정책을 활발히 제안하던 한 30대 남성은 다니던 대기업 연구소를 그만두고 캠프에 합류, 시민 정책제안을 수렴하는 ‘국민명령1호’ 팀에서 활동하고 있다.
당 중심의 민주캠프에도 자원봉사자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와세다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박성제(28·여)씨는 공보팀에 배치돼 문 후보를 돕고 있다. 박씨는 “최근 한국의 정치상황을 보면서 일본에서 방관자로 살았던 미안함이 생겼다”며 “마지막 희망인 문 후보를 도우며 20대의 마지막을 뜻깊게 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근혜 캠프, 젊은층 공략 주력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는 아직 공식적인 자원봉사자 모집을 하고 있진 않다. 새누리당 청년소통모임인 ‘빨간 파티’ 등 당 청년국 등에서 일부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활동하고 있는 정도다. 박 후보가 참석하는 주요 행사장에는 박사모, 근혜사랑 등 외곽 지지 모임 회원들이 나와 장내 정리를 하거나 외곽 경호를 담당한다.
새누리당은 박 후보 지지 취약층인 젊은층을 대학생 자원봉사를 통해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달 말까지 모집 중인 대학생 당원과 자원봉사자를 통해 청년정책을 개발하고 청년·대학생이 동참하는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홍보 활동도 자원봉사자에게 맡겨진다.
박 후보 측은 주요 정책과 공약을 주변에 홍보하는 국민행복서포터스 모집도 병행 중이다. 서포터스는 박 후보가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창구 역할을 담당한다.
나기천·김달중·유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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