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는 정수장학회 문제 등으로 지난 11일 이후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박근혜-문재인의 전쟁’이라고 할 만한 이번 공방전이 양측 모두에 상처만 입힐 수 있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정수장학회와 관련,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16일 “이런저런 개인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저는 입장을 다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전날 “이래라 저래라 할 권한이 없다”던 발언을 재확인한 것이다. 박 후보의 최측근인 이정현 공보단장은 정수장학회와 MBC의 지분 매각 논의와 관련, “지분 매각은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한 일”이라고 역공을 폈다. 이와 별개로 황우여 당 대표, 정우택 최고위원은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의 결단을 압박했다.
정 최고위원은 박 후보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은 “이제 와 아무 관계가 없다니 국민을 바보로 아는 것이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회 문방위는 최 이사장과 김재철 MBC 사장 등의 증인채택 여부를 두고 이날도 파행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여부에 대해서도 ‘설전’만 오갔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감사 중반대책회의에서 “당시 정상회담을 총괄 준비한 사람이 문재인 후보라는 점에서 국민적 의혹이 더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17일에는 의원총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민주당 문 후보 캠프 측은 “문제를 제기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가짜 대화록’을 공개하고, 허위사실 판명 시 박 후보가 어떻게 책임질지도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그 두 개가 전제된다면 대화록을 공개하고 열람하는 데 전적으로 동의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번 공방을 주도하는 박, 문 후보 측이 무소속 안철수 후보 측을 배제하며 양자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안보, 과거사 이슈는 두 후보가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시킬 수 있는 사안이다.
NLL 논란은 안보문제에서 박 후보의 비교우위를 확인시키고 문 후보를 ‘노무현 프레임’에 가둬두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박 후보에 다소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정수장학회 논란은 “(정수장학회·MBC의) 매각 논의가 박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기 위한 것이란 인식을 주고 있다”(한국사회여론연구소 윤희웅 실장)는 점에서 문 후보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박·문 후보가 안 후보가 선점하고 있는 중도성향 유권자까지 끌어들여 지지세를 확장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분석이 많다. 당초 노무현 정부의 ‘영토주권’ 포기 문제로 촉발된 NLL논란이 대화록 공개 등 진상규명은 이뤄지지 않은 채 양측 공방으로 변질되고 있고, 정수장학회 문제도 박 후보가 박정희 정권 시절의 과거사에 대해 사과를 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과거 이슈’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비판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정치아카데미 김만흠 원장은 “새누리당의 NLL 쟁점화가 기존 지지층의 결집에는 효과적이겠지만 ‘플러스 알파’의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오히려 안 후보가 (논쟁에서) 한발짝 떨어져 나홀로 정책행보를 계속하면서 지지율이 올라갈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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