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와 세대결서도 우위 확보 노려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야권 단일화 국면에서 ‘릴레이 제안 정치’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단일화 회동, 새정치공동선언, 경제개혁·안보평화를 위한 공동선언 제안에 이어 16일에는 민주통합당 혁신을 전제로 한 문재인 대선후보와의 양자회동 카드를 꺼내들었다. 단일화 협상 국면을 주도하면서 ‘공(책임)은 상대방에 넘기고 명분을 취하려는’ 고도의 정치적 전략 구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안 후보 측의 협상 중단으로 단일화 파행이 사흘째로 접어든 이날 안 후보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문 후보를 향해 거듭 혁신적 조치를 취할 것을 압박했다.
이날 낮 예정된 문 후보 주재의 민주당 선대위 대책회의를 겨냥한 것이다. 무엇이 혁신인지에 대해서는 “단일화 파트너로서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게 적절치 않다”(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는 식으로 민주당에 공을 떠넘겼다. 안 후보 측의 요구로 협상이 중단된 상황이 이어지면서 단일화 파행 책임론이 커지자 문 후보에 ‘결자해지’를 거듭 압박하는 모양새다.
기습적인 제안을 통해 정국 주도권을 잡는 안 후보 특유의 정치행보는 지난 5일 광주 전남대 강연의 단일회 회동을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문 후보와의 만남을 제안하자마자 바로 다음날 둘만의 회동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새정치 공동선언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어 당초 내세웠던 ‘선 공동선언, 후 단일화협상’ 입장을 바꿔 단일화 협상과 정책협의 병행을 제안했다. 안 후보의 잇단 제안은 ‘정치 초보’라는 점을 무색하게 한 ‘타이밍 정치’와는 뚜렷이 구분된다. 지난 7월19일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 9월19일 출마선언이 각각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문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던 시점에서 나온 것이라 정치권에서는 “예상보다 안 후보의 여론지표 반응 속도가 빠르다”는 반응이 터져나왔다.
반면 최근 안 후보의 제안정치는 단일화 국면에서 조직적 기반을 갖춘 민주당과의 세 대결 양상에서 무소속 후보로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고육지책 성격이 짙다. 본격적인 단일화 협의가 이뤄지면서 눈에 띄는 문 후보로의 민주당 지지층 결집 흐름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재홍 기자 h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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