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은 보수층 결집과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면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처음으로 보수 대 진보 후보의 팽팽한 양강 구도로 짜였다.
이날 공개된 각종 조사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우위를 지켰으나 문 후보와의 격차는 이전보다 더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
두 후보의 격차는 최대 3.8%포인트(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에서 최소 0.1%포인트(헤럴드경제·리얼미터)였다. 문 후보가 0.4%포인트 차로 박 후보를 역전한 조사 결과(한국일보·한국리서치)도 나왔다. 문 후보의 상승 추세는 박 후보 캠프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이 같은 박, 문 후보의 초박빙 경합 속에서 어느 편에도 가담하지 않은 부동층의 존재감이 주목받고 있다. 부동층이 얼마나 투표에 참여해 누구를 찍을지가 승부의 저울추가 된 셈이다.
본지의 2차 여론조사에서 부동층은 13.7%로 집계됐다. 여론조사 기관인 엠브레인의 이병일 이사는 “부동층 비율을 10%로 본다면 이 중 꾸준한 부동층이 5% 정도이고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 지지자가 3∼4%, 지지후보 결정을 못한 응답자가 1∼2%”라고 분석했다.
안 전 후보 지지자 중에서 아직 표심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 3∼4%가 더해지면서 역대 대선보다 부동층이 더 두꺼워진 것이다. 이들이 박빙 판세의 ‘캐스팅보트(결정권)’를 쥐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본지 2차 여론조사에서도 안 전 후보 지지층의 15.0%가 여전히 부동층으로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이사는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이 대거 결집하고 있고 이제 남은 것은 부동층의 향배”라며 “부동층 변수에 따라 지지율에서 1∼2%는 뒤집힐 수 있다”고 말했다.
양측 대선 캠프는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는 ‘비응답자 80%’의 속내에도 주목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화에 아예 응하지 않는 이들 중 상당수도 부동층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통상 여론조사 응답률은 20% 안팎이다. 여론조사 전화를 받은 100명 중 20명 정도만 조사에 응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 기관은 나머지 80% 의중을 반영하기 위한 기술적 작업을 행한다. 하지만 한정된 표본을 대상으로 표심을 추정할 수밖에 없는 여론조사의 속성상 오차는 피할 수 없다. 여론조사가 잡아낼 수 없는 ‘숨은 표’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리서치 심재웅 상무는 “답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특히 우리나라는 스팸·피싱 등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라서 여론조사 응답률이 내려가는 추세인데 비응답층 성향에 특성이 있는지는 더 깊이 있게 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에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이번 대선은 정권 심판 선거 성향이 고조된 경우도 아니고 투표율 자체도 높을 개연성이 높아 숨은 표가 별로 없다”며 “20% 안팎의 응답률도 충분히 신뢰할 만하고 경향성도 충분히 신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서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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