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 찾는 참가자 1000명 불과
여성들은 일찌감치 자리 떠
이벤트 행사 참가 기업만 실속 “여자친구, 여자친구 한 명 갖고 싶었습니다.”
한참을 머뭇거리던 강모(28)씨는 수줍은 듯 말문을 열었다. 찬바람이 뼛속까지 파고드는 한파가 몰아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대규모 즉석만남 이벤트 ‘솔로대첩’에 참가한 강씨는 행사 시작을 기다리며 2시간째 추위 속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남녀가 마음에 드는 짝을 찾으면 “산책하러 오셨나요?”라는 암호를 대고 데이트 신청을 하는 이벤트가 열리기로 예고된 곳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재미삼아 구경하러 왔을 뿐”이라고 잡아 뗐지만 남성 참여자의 징표인 하얀 점퍼 차림을 지적하자 슬그머니 “분위기가 좋으면 참가해보려고 한다”고 말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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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색전만… 24일 대규모 즉석 만남 이벤트 ‘솔로대첩’이 열린 서울 여의도공원이 참가자와 구경꾼들로 붐비고 있다. 참가자는 애초 1만여명으로 예상됐으나 1000여명(경찰 추산)에 그쳐 맥빠진 행사로 막을 내렸다. 이재문 기자 |
주최 측은 애초 여의도 행사에만 참가자가 1만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는 남성 700명, 여성 300명이 참가(경찰 추산)하는 데 그쳤다. 지난달 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행사가 예고됐을 때만 해도 반응이 폭발적이었지만 실제 참가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트위터에서의 적극성이 현실로 옮겨지지 않은 셈이다.
행사장에는 참가자보다 훨씬 많은 2500명의 구경꾼이 몰렸고, 경찰도 260명이 투입돼 불법 행위를 감시했다.
하모(23·여)씨는 맥빠진 행사가 이어지자 “괜한 설렘을 가졌던 것 같다”면서 “아는 사람과 마주쳐 망신당할까봐 겁난다”며 15분 만에 자리를 빠져 나갔다. 권모(23·여)씨도 “회사 친구들한테 말도 안 하고 나왔는데 행사가 너무 시시해 참가한 게 후회된다”면서 “이벤트 행사에서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 보려 한 것이 잘못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행사를 지켜본 경찰 관계자는 “기업 후원이 낀 불법적 행사인 데다 1만명이 넘게 참가한다고 해 걱정이 많이 됐다”면서 “우려했던 사고가 없이 마무리돼 그마나 다행”이라고 말했다.
박현준·오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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