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신보, 93년 1차핵위기 거론
“그때도 대화통해 공동성명 발표”
“공은 美에 넘어가”… 책임론 강조 북한의 추가 도발 위협으로 한반도 정세가 불투명한 가운데 북한과 미국이 대화 재개 여부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북·미 양측이 겉으로는 여전히 가시 돋친 설전을 벌이며 강대강 군사대치 국면을 지속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조심스럽게 대화 국면 전환에 대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과거 1, 2차 핵위기 때처럼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뒤 대화 국면이 열렸던 패턴이 이번에도 반복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도발 위기 고조시키며 미국에 추파 보내는 북한
북한 외무성은 16일 담화에서 “우리가 경제적 혜택과 바꿔 먹기 위한 흥정물로 핵을 보유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허황하기 그지없는 오산”이라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3일 방송에 출연해 “북한은 핵실험을 중단하거나 미사일 실험을 끝냄으로써 대화를 시작할 수도 있다”면서 조건부 대화 의중을 시사한 데 대한 반박으로 해석된다. 외무성 담화는 핵 카드를 평화협정 체결이나 주한 미군 철수 등과 연계하겠다는 북측의 의도가 바탕에 깔고 있다.
하지만 당국의 강경 일변도와 달리 북한 매체의 논조는 대화의 불씨를 살리자는 쪽이다.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13일자에서 1993년 준전시 상태까지 갔던 1차 핵위기를 거론하며 “당시 일촉즉발의 위기는 대화 국면으로 전환돼 6월13일 조·미 공동성명이 발표됐다”고 상기시켰다. 앞서 이 신문은 5일 “공은 미국에 갔다. 정세를 폭발시키는 것이 전면대결전의 목적이 아니고 미국이 옳은 길을 택한다면 조선도 호응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이런 북 매체의 태도에 대해 “북한이 군사적 도발 위협을 강화하는 것은 김정은 체제의 안정을 위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려는 공세의 일환”이라며 “미국 책임론을 강조하는 것도 미국이 먼저 (대화에) 나서주기를 바라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북한에 선(先) 핵포기를 촉구하며 유엔 안보리 대북 제제 이행을 위한 한·중·일과의 외교공조에 힘을 쏟고 있다. 한·중·일 3국의 외교라인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북핵 6자회담의 우리 측 차석대표인 이도훈 북핵외교기획 단장은 17일 한·미 대북 정책 공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방미 길에 올랐다. ‘대북 저승사자’로 통하는 미 재무부의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인 데이비드 코언은 18일부터 한·중·일 3국을 순방하며 대북 제재 방안을 조율할 방침이다. 코언 차관은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응한 유엔 안보리 제재결의(2094호)가 효과를 내려면 중국 측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중국 정부 설득에 공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부 부장관도 18일 방한한다.
미국은 북한에 강온 양면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이 5일 북한에 대화를 촉구한 것이나,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1일 북한의 태도 변화에 따라 대화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대목이다. 과거에도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 이후 북한은 추가 도발 대신 협상 테이블에 복귀한 전례가 있다. 미국 사정에 밝은 외교소식통은 “21일 ‘키 리졸브’가 무사히 끝나고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하지 않는다면 4월부터 새 진용을 갖춘 한·미·중·일 외교채널 간 활발한 접촉이 벌어지면서 한반도 군사대치가 완화되고 외교적 프로세스가 모색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동진 기자 bluewin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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