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史草공격·대화 '냉온탕' 전략…정국 정면돌파 노림수

입력 : 2013-08-06 18:49:52 수정 : 2013-08-06 22:4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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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1인2역 대응법에 담긴 메시지는… 박근혜 대통령은 6일 마치 ‘1인2역’을 연기하듯 냉온탕을 오가며 정치권을 들었다 놨다 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 사태를 “전대미문의 국기문란 사태”로 규정하며 민주당을 정조준하더니 불쑥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가 함께하는 5자회담 카드를 꺼내들며 정치권 대화 제의를 수용하는 자세를 취했다. 언뜻 보면 전혀 상반된 듯한 두 대응법에는 정국 난맥을 정면돌파하려는 일관된 정치적 노림수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 ‘NLL 회의록’ 왜 언급했나

박 대통령은 휴가 복귀 후 첫 공식석상인 이날 국무회의에서 ‘잘못된 관행’과 ‘새로운 변화’를 누차 강조하며 “기본을 바로 세우자”고 역설했다. 회의록 실종 사태에 대한 발언은 이 연장선상에서 나왔다. “최근 알려진 사건들만 봐도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잘못들이 많다”며 여당발 조어인 ‘사초(史草) 실종’을 처음으로 직접 언급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특히 원전 비리 같이 기업이 고위 공직자와 결탁해 국민 안전을 도외시한 채 제 잇속을 챙긴 파렴치한 범죄를 사초 실종과 동일시하며 싸잡아 비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발언의) 앞뒤를 보면 새로운 변화에 대한 의지를 천명하고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겠다며 나열한 사안 중 하나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정치권이 회의록 실종 과정을 규명하기 위해 검찰 수사를 의뢰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이를 대놓고 거론하며 야당, 특히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거센 반발을 예상하지 않았을 리 없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우선 검찰 수사든 특검이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사초 실종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라는 ‘엄명’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노무현·이명박 두 정부에서 발생했을 개연성이 큰 만큼 자신과 무관한 사안이니 개의치 않겠다는 자신감도 바탕이 됐다는 관측이다. 민주당은 “국정원 의혹 등 4대 사건 입장 표명부터 하라”고 반박했다.

천막 상황실 6일째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운데)가 6일 서울시청 앞 광장 내 국민운동본부 천막 상황실에서 열린 당 상임고문단과의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청와대, 향후 대야 관계 순탄찮을 듯

장외투쟁까지 불사한 야당에 호락호락하지 않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도 엿보인다. 여당의 검찰 고발로 정국의 초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과 회의록 실종 사태에서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로 전환됐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회의록 실종 사태를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은 NLL 정쟁의 불씨를 살려 정국 이슈를 ‘사초 증발사건’에 묶어두는 한편 민주당의 ‘아킬레스건’인 친노, 비노 간 갈등을 자극하는 다목적 카드일 수 있다. 당장 민주당은 “계파 분열을 자극해 5자회담에서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려는 것”이라는 경계심을 표출하고 있다. 김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정조사 관련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 요구를 물타기하려는 시도는 아닌지,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준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5자회담을 해도 야당에 딱히 줄 수 있는 ‘선물’이 없고 야당도 단독 회담에 여전히 미련이 큰 탓에 향후 청와대의 대야 관계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비교적 온건파로 꼽히며 야당과의 대화에 무게를 뒀던 허태열 전 비서실장에 비해 2기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의 심기 보좌에 더 전념할 가능성이 큰 김기춘 비서실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밀어붙이기식’ 대응에 주력할 공산이 커 보인다. 청와대는 민주당이 5자회담 카드를 끝내 받지 않을 경우 대화 제의를 없던 일로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홍 기자 h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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