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축전 후 “시설 놀린다” 비판에 혼례장·썰매장·수영장 등 마구 지어
사업비만 130억서 800억으로 껑충 “부실을 부실로 덮으려 무리수” 지적 지난 11일 오후 2시쯤 찾은 경기 안성시 보개면 복평리 34만4514㎡(10만4215평) 규모의 안성맞춤랜드는 야외수영장과 사계절 썰매장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1만7000㎡(약 5142평) 크기에 산 자락을 깎아 만든 슬로프 주변은 정리가 덜 된 모습이었다. 같은 시각 한 유치원에서 남사당놀이공연장 견학을 온 학생 40여명이 취재팀을 뺀 관람객의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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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43개국에서 1000여명의 공연단이 참가해 각국의 전통문화를 선보이는 축전은 2주 동안 67만명(유료관람객 18만명)이 방문했다. 그러나 안성 시내공연을 제외한 안성맞춤랜드를 직접 찾은 인원은 39만5831명이었고 입장료 수입도 6억9000만원에 그쳤다. 공사비 800억원에다 1회성 축제 운영비만 70억원을 쏟아부은 결과다. 인구 18만명의 중소도시 안성의 연간 예산은 약 3000억원 정도다.
2006년 안성시는 130억원을 들여 민속장터와 남사당 놀이공연장을 만들겠다던 계획을 추진했다가 이동희 전 시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면서 중단했다. 그러다 2010년 황은성 현 시장이 당선되면서 행사를 다시 추진했다.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안성시는 민속축전행사와 무관한 전통혼례장과 공예촌·숙박촌을 추가로 만들겠다며 예산을 증액했다. 현지 관계자는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혼례장이 잘 될 리 없었다”면서 “행사가 끝나고 찾는이가 없다는 비판이 나오자 천문대와 썰매장, 수영장까지 만들게 된 것”이라고 귀띔했다. 부실사업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셈이다.
당연히 시의회와 시민단체에서 “전통문화단지를 표방한 곳을 놀이공원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안성맞춤랜드에서 13㎞ 떨어진 곳에 운영 중인 놀이공원 ‘농협 안성팜랜드’가 위치해 중복 논란까지 빚어지고 있다. 이에 시 관계자는 “안성맞춤랜드는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 등 지역축제와 더불어 방문객을 늘리는 방안을 여러모로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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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경기 안성시 보개면 복평리 안성맞춤랜드 진입로 부근에 지난해 10월 열린 ‘2012년 안성세계민속축전’ 간판이 그대로 걸려 있다. 이날 약 10만평에 달하는 안성맞춤랜드에는 인적이 드문 채 한쪽에서 썰매장 건설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안성=특별기획취재팀 |
인터넷에는 아직까지 안성맞춤랜드를 제대로 알리는 홈페이지도 하나 갖춰져 있지 않다. 이미 끝난 민속축전 관련 블로그와 페이스북만이 지난해 10월에 올라온 게시물을 덩그러니 올린 채로 방치돼 있었다. 안성맞춤랜드가 세금만 축내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안성 특별기획취재팀=주춘렬·나기천·조병욱·김예진 기자 investigati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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