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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 새는 혈세, 구멍 뚫린 감시망] ③ 난립하는 국가보조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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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10-02 06:00:00 수정 : 2013-10-02 10:4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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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대국민 환경의식 고취 사업’ 명목 ‘환경뮤지컬’ 선정해 지원
초연 유료관람객 비율 고작 9.4%… 예산 수십억원 지급… 뒤늦게 손질
극단측 제목 바꾸고 뉴욕에서 공연
#2011년 12월 서울 광진구 나루아트센터. 한 창작 뮤지컬 공연이 막을 올렸다. ‘부활 더 골든 데이즈’. 이 뮤지컬은 일제 강점기 나비연구가 석주명 박사의 일대기를 그린 것으로 탤런트 최필립, 이윤미씨 등 유명 연예인이 주연으로 나섰다.

극단 측에서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흥행은 참패였다. 3만5000원에서 7만원까지 하는 이 뮤지컬을 돈을 내고 본 사람은 10명중 1명도 되지 않았다. 유료관람객 비율은 고작 9.4%. 공연은 20여일 진행된 후 조용히 막을 내렸다. 그러나 극단 측은 돈 걱정을 하지 않았다. 환경부가 이 뮤지컬을 국고보조사업으로 선정해 10억원을 지급했기 때문이다.

1년 전인 2010년 환경부는 대통령의 중점사업으로 강조해 온 ‘저탄소·녹색성장’의 사회적 기반 마련을 위한 교육사업 차원에서 환경뮤지컬 제작 사업에 착수했다. 이때 이 극단에 시나리오 비용 2억5000만원이 지원됐다. 물론 시나리오 모집에 공모나 경쟁은 없었다.

#2012년 8월. 환경부는 ‘2011년 재정사업 자율평가보고서’에서 이 뮤지컬을 ‘교과서적인 교육 양상에서 탈피하여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와 스토리텔링적인 재미와 감동으로 환경보전 및 녹색성장 실천의 공감대를 전파했다’고 평가했다. 국회에 내년도 ‘부활’ 공연 예산 10억원을 제출해 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한달 뒤, 정반대의 보고서가 나왔다. 기획재정부 산하 국고보조사업운용평가단은 ‘2012년 국고보조사업운용평가보고서’에서 ‘특정 단체가 주관하는 1개의 뮤지컬을 지원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면서 ‘특정단체를 독점적으로 지원하는 현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 ‘대부분의 뮤지컬 관람자가 무료관람자이며 흥행성과 작품성도 담보할 수 없다’, ‘환경뮤지컬의 취지와 내용과의 연관성을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시 평가과정을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폐지하라는 결정이 내려질 만한 사업이었지만 모종의 압력에 의해 ‘조건부 존치’로 평가가 완화됐다는 말이 공공연했다”고 전했다.

#2012년 10월 ‘부활’은 다시 막을 올렸다. 이번엔 왕년의 아이돌 그룹의 스타 가수와 유명 탤런트가 캐스팅됐다. 아이돌 스타 복귀전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반응은 싸늘했다. ‘석주명의 일대기, 로맨스, 파괴되고 있는 환경에 대한 문제들을 포괄하기에는 러닝타임이 짧았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와 소중함을 관객에게 전달하겠다는 애초의 기획의도는 달성하지 못했다’는 평론이 나왔다.

# 2013년 ‘부활’은 어떻게 됐을까. 극단 측은 올 11월 ‘부활’의 뉴욕 공연을 앞두고 출연자 모집을 한창 진행중이다. 미국 공연에 맞춰 제목은 ‘닥터 버터플라이’로 변경됐다. 대국민 환경의식을 고취하겠다며 시작된 사업이 4년째를 맞아 엉뚱하게 미국 뉴욕에서 벌어지는 셈이다.

환경부는 올해부터 국고보조를 중단하며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환경부 관계자는“일부의 지적을 받은 바가 있어 올해는 ‘환경문화예술보급사업’으로 사업내용을 다양화했고 ‘부활’은 그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 사이 한 극단의 해외진출을 위해 국민혈세 22억5000만원이 이미 들어간 뒤였다.

‘부활’뮤지컬은 문제의 국고보조사업이 어떻게 생겨나고 생존하는지 한 전형을 보는 듯하다. 보조사업평가단의 한 위원은 “국정 ·중점과제이거나 정치 입김이 들어간 사업은 묻지마 식으로 진행되곤 한다”면서 “이들 사업은 정권이 끝나면 이름을 바꾼 채 연명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판에 박은 듯한 이 뮤지컬의 행보는 그냥 우연이라 치부해도 되는 걸까.

특별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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