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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종인, “경제민주화 다 잊었고 관심도 없다"

입력 : 2013-12-11 06:00:00 수정 : 2013-12-11 14:5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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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朴대통령 멘토·책사’… 정권 창출에 기여한 일등공신
정권 출범 후 공약 후퇴에 실망… “관심도 없다”… 냉소적 외면
“그런 거 이미 다 잊었고 이제 관심도 없다.”

김종인(사진)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경제민주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게서 답변 들을 생각 말라”며 답변을 피하고 피하다 내뱉은 말이다. 경제민주화를 핵심으로 박근혜노믹스(박근혜정부 경제정책)를 설계한 주인공의 발언인 만큼 그 함의가 가벼울 수 없다.

김 전 위원장의 서울 부암동 사무실을 찾은 것은 9일 오전 10시. 약속된 만남이었지만 김 전 위원장은 인사를 나누기 무섭게 “인터뷰는 안 한다. 차나 한잔 하고 가시라”고 말하곤 입을 닫았다. 경제양극화, 경제민주화, 박근혜노믹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등등 현안에 대한 질문을 퍼부었지만 함구로 일관했다.

문제의 발언은 “경제민주화 공약으로 정권 창출에 공이 크지 않으냐”며 공약 이행의 책임을 묻는 대목에서 나왔다. 정권이 막 출범한 지난 3월 초만 해도 그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으며 국민과 약속한 만큼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했다. “3월 초의 믿음이 바뀐 거냐”는 물음에 “이제 관심 없다니까 왜 자꾸 물어”라며 목청을 돋웠다.

김 전 위원장은 대선 전 박근혜 대통령의 멘토였고, 경제민주화를 대선 공약으로 만들어 정권 창출에 기여한 일등공신이다. 그런 그의 침묵과 외면은 무엇을 말하는가. 경제민주화 공약 후퇴와 믿었던 박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의 표현임을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다. 그의 발언을 추적해보면 박 대통령에 대한 입장 변화가 극명하게 확인된다. 초반의 신뢰는 점차 사라지고 냉소적 시선이 그 자리를 메운다. 종국엔 ‘완전한 결별’의 냉기가 더해졌다.

대선 전 그들의 인연은 박 대통령이 아니라 김 전 위원장의 ‘러브콜’로 시작됐다. 김 전 위원장은 2011년 9월 말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선후보군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아 내가 먼저 보자고 했다”고 소개했다. 자신의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구상을 실현할 적임자로 박 대통령을 낙점한 것이다. 이후 박근혜 캠프의 책사로서 경제민주화 공약을 무기로 대선 승리에 기여했지만 온전한 신뢰는 거기까지였다.

친박근혜계 경제통 이한구 의원과 충돌하고, “대통령직인수위에 경제민주화 개념을 아는 사람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박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거두지 않던 그는 정권 출범 후 서서히 변해갔다. 3월 초만 해도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 이행을 의심하지 않더니 7월 말엔 “경제민주화는 더 이상 얘기 안 하려 한다”(7월 말 기자와의 통화)며 입을 닫았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나.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가 거의 끝에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7월10일)고 말하면서 경제민주화 정책들은 급속히 뒷걸음질쳤다.

김 전 위원장은 “내년 3월 독일로 떠나 몇 달 머물 것”이라고 했다. 그는 독일 뮌스터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의 철학은 독일 유학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복지를 해서 망한 나라는 없다”고 했고, “인간의 탐욕을 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도입한 성공적 경제모델”로 독일을 꼽은 적이 있다. 이날 그의 책상엔 ‘어떤 복지국가인가-한국형 복지국가의 모색’이란 책이 놓여 있었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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