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메트릭스(biometrics)’라고도 불리는 ‘생체인식’은 지문, 눈의 망막 및 홍채, 음성, 얼굴, 정맥 등에서 정보를 추출한다. 생체인식 기술이 조명을 받기 시작한 건 2001년 미 9·11 테러 이후다. 미국 주도 하에 생체기술 국제 표준화기구가 창립됐고, 세계적으로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생체인식 기술로는 지문인식, 얼굴인식, 정맥인식, 홍채인식이 있다. 공항 입국 심사장을 통과할 때 지문을 찍고 얼굴을 촬영하는 건 낯익은 풍경이 됐다.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 영국 히스로 공항, 캐나다 토론토와 밴쿠버 공항 등은 지문이나 얼굴 인식보다 더 정교한 홍채 인식 기술을 도입했다. 기존에는 센서에 10∼20㎝ 접근해야 홍채 인식이 가능했지만, 5∼7m 거리에서 운전자나 걷는 사람의 홍채를 인식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얼굴인식은 보안 기관에서도 주목하는 기술이다. 지문 인식과 달리 원거리에서 신원 식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미국 정보기관과 군이 테러리스트 식별 등에 사용하고 있다. 주로 보안 관련 분야에 활용되던 생체 인식 기술은 최근 현금인출기와 휴대전화 인증, 근무태도 관리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오가키쿄리츠은행은 카드 없이 생체인식으로 인출이 가능한 서비스를 시작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많은 사람들이 카드나 통장을 잃어버려 돈을 찾지 못하자 은행은 정맥인식이 가능한 ATM(현금인출기)을 도입했다. 사전 단계로 생년월일을 입력해야 하지만, 손바닥의 정맥을 인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초밖에 안 돼, 편리한 은행 입출금이 가능해졌다.
◆스마트 기기 생체인식 도입 새 바람
생체인식 업계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생체정보 수집 프로젝트인 인도의 ‘아드하르’와 스마트 기기의 생체인식 기술 도입에 주목하고 있다.
아드하르는 인도 신분증 발급위원회(UIDAI)와 인도등록원(RGI)이 2009년 시작한 프로젝트로 12억명에 이르는 인도 국민의 지문과 홍채 정보를 등록하고 12자리 번호가 부여된 생체인식 카드를 발급하는 게 목적이다. 인도는 국민 5억명 이상이 신분증이 없고, 각 주마다 신분증이 달라 신원확인에 혼선을 겪고 있다. 40억달러가 투입되는 이 사업을 통해 수집된 정보는 저소득층에게 보건, 교육, 사회 보장 혜택을 주고 사기 행위 방지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업계는 아드하르 프로젝트와 함께 은행 등에서 생체인식 시스템 등을 도입하며 인도의 생체인식시장이 빠르게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그리스도 지문감식을 위한 전자 ID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는 등 생체정보에 대한 각국의 관심은 날로 커지고 있다. 스마트 기기의 생체인식 기술 도입도 시장의 흐름을 바꿀 전기가 될 전망이다.
세계 스마트폰 이용자 수는 1년 새 3억명이 늘어 10억명을 넘어섰고 여전히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다. 생체 인식 업계에 스마트폰 시장은 ‘블루오션’인 셈이다. 앞서 모토롤라가 스마트폰에 지문인식을 도입한 적이 있지만, 낮은 인식률로 호응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애플이 미국 최대 지문인식 센서업체인 오센텍을 인수, 아이폰에 지문 인식 기술을 탑재하면서 시장에 일대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애플은 스마트폰 잠금 해제와 자사의 앱스토어 결제 시에만 지문 인식 기능을 쓸 수 있도록 했지만, 향후 지문을 다양한 결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생체인식 기술을 채용할 경우 생체인식 기술은 업계의 대세가 될 수밖에 없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이승재 책임연구원은 “제품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기술적으로는 홍채 인식기나 정맥 인식기를 스마트폰에 탑재할 수 있는 단계”라며 “향후 출입통제 시스템과 함께 스마트 기기에도 생체인식 기술 도입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바이오인식연구그룹인 IBG는 세계 생체인식시장 규모가 2009년 34억2200만달러에서 2014년에는 93억689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