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전 아닌 선전매체 총동원 공개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유일영도체계 확립을 위해 ‘숙청’을 통한 공포정치를 그 수단으로 동원한다는 점에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할아버지·아버지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정일은 후계체제 기반 구축 기간은 물론 그 이후에도 한결같이 원로우대 정책을 펼쳤다. 원로들을 ‘혁명선배’로 깍듯이 예우하며 노화에 따라 자연사할 때까지 정치적·물질적 최고대우를 아끼지 않았다. 김정일과 원로그룹인 ‘혁명 1세대’는 서로 공생관계를 맺었다. 김정일은 후계자 내정은 물론 후계체제 구축과정에서 정치적 후원과 지지를 얻었으며 원로들은 그 대가로 자신들의 안위를 보장받았다. 권력승계에 기여한 이들의 경우 그들의 후손까지 큰 혜택을 받았다. 김정일 시대의 원로그룹 가운데 최대 수혜자인 오진우가 대표적이다.
김정은 시대에도 김 위원장 시절의 원로우대 원칙이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김정은체제 출범 이후 인사 폭과 횟수 면에서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군 분야만 놓고 보면 원로들은 뒤로 밀려나 있는 모양새다. 연평도 포격도발의 주범으로 김 위원장의 신임을 받은 김격식 대장이 대표적 사례다. 당·정·군 분야에서 아버지 시절 경험과 능력을 인정받은 원로보다는 비교적 젊은 신진 세력들을 대거 중용했다. 숙청 이후의 선전선동 방식에서도 김정은체제는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숙청 사실을 공식화하지 않고 입에서 입을 거쳐 조용히 ‘공포’를 전파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공식 선전매체인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 등을 적극 활용해 숙청 결정이 내려진 공식 회의 개최 사실부터 이후 재판 사진까지 단계적으로 공개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김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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