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 중개 과정에서 ‘임신 여부’를 살피기 위해 알몸을 보는 행위가 무죄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업자들 사이에 관행이 더욱 확산했다고 문화일보가 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대전지법은 필리핀 여성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국제결혼 중개업자와 관련된 재판에서 ‘알몸 검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신체검사를 하기 전 설명했고 강요가 없었다”며 “피해자가 거부하지 않은 가운데 이뤄진 알몸 검사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정도는 아니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법원 판결 이후, 중개업자 사이에서는 ‘사전 동의만 받으면 알몸 검사는 합법’이라는 인식이 퍼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한국남성과 만난 한 베트남 여성은 “수치스러웠지만 한국인과 결혼하려면 당연히 검사받아야 하는 줄 알았다”며 “‘알몸 검사는 합법’이라는 말을 중개업자에게 들은 사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정 시민단체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알몸 검사 자체는 명백한 성추행”이라며 “법원의 판결은 국가가 성추행을 허락한 꼴”이라고 주장했다. 이주여성상담센터 관계자는 “상담 과정에서 알몸 검사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임신 여부 확인도 문제지만 알몸 검사라는 행동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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