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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내 집 사라” 부추긴 정부… ‘거품폭발’ 막으려 거품 더 키워

입력 : 2014-02-11 20:43:06 수정 : 2014-02-12 10:2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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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폭탄' 된 가계부채
‘거품’은 언젠가 터지고야 만다. 규모가 클수록 폭발력도 크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폭발력을 응축한 ‘시한폭탄’에 비유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과 정반대의 길을 간 결과다. 선진국에서 부채감축이 진행될 때 한국의 가계부채는 무섭게 늘었다. 거품 폭발을 막기 위해 거품을 더 키우는 정책을 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를 주무른 양적완화 패러다임이 퇴장 수순에 접어들면서 ‘위험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금리가 올라가기 시작하면 가계부채는 한국경제 최대 위협요인이 될 전망이다. 다수의 경제전문가가 “진작에 우리도 디레버리징(부채감축)을 했어야 했다”고 말하는 이유다.

◆“가계부채, 너무 키웠다”

소규모 자영업자를 포함한 실질 가계부채는 1000조원을 돌파한 지 오래다. 한국은행 자금순환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부채는 1196조6000억원이다. 비영리단체를 가계로 볼 수 없으니 이를 제외한다 해도 실질 가계부채는 1000조원을 훨씬 뛰어넘은 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순수 일반가계 부채를 나타내는 통계인 ‘가계신용’만 해도 지난해 말 1000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부채의 부담 정도는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로 가늠할 수 있는데 이 비율은 2012년 말 163.8%에 달한다. 2008년 149.7%에서 해마다 뛰었다. 정부의 집값 부양책에 따라 빚을 내 집을 사는 행위가 지속된 것이다.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2013년 말 이 비율은 더욱 높아졌을 게 뻔하다. 지난해 9월 말 가계 및 비영리단체 부채는 2012년 말(1158조8000억원)에 비해 37조8000억원 늘었다. 2012년 말 주요 선진국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미국 114.9%, 영국 151.6%, 독일 93.2%로 한국보다 낮다.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마다 부채비율이 하락했다.

◆가계부채 위기 시나리오

정부는 가계부채 위험성을 애써 불식하려는 경향이 있다. 근거는 부채의 분포다. 주로 고소득층에 몰려 있어 큰 위험이 없다는 논리다. 2013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가 전체 가계부채의 47.2%를 차지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정부 입장은 이해하지만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들에 따르면 가계부채 위험성이 현실화하는 시기는 미국 출구전략에 따라 신흥국 위기가 확산하거나 금리인상이 시작될 때이다.

금리상승은 가계부채 부담을 키워 가계부실 확대→주택시장 재침체→금융권 부실 확대의 악순환 고리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 신흥국 위기 확대 시엔 자본유출의 빌미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부채 때문에 금리를 못 올릴 거라 보고 외국인이 돈을 뺄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 전 한은 총재도 “금융위기로 가진 않더라도 투자기피나 자금유출의 충분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흥국 위기가 커지면 외국인이 꼬투리 잡을 건 부채”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가계부채가 해일이 몰려오는 데 방파제를 좀먹고 있는 것”이라며 “몰려오면 막겠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일본 장기불황을 따라가는 ‘일본화’(Japanification) 우려의 중심에도 가계부채가 있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11일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발표 논문 ‘한국경제의 일본화 가능성과 시사점’에서 가계부채와 고령화 속도는 거품 붕괴 당시 일본보다 더욱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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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내서 집 사라는 게 해법?

이명박정부 때부터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은 “빚을 더 내 집을 사라”는 정책이었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도 기조는 그대로다. 안동현 교수는 “인위적으로 집값을 띄우는 건 더 큰 부작용을 키우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집값을 띄워서 해결하는 방법은 가계부채 위험을 키우는 것일뿐더러 추가로 빚을 낼 세력이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휴지를 모아 불 때고 있는데 찬바람이 휙 불면 아수라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뾰족한 해법은 없다. 박승 전 총재는 “양극화 대책을 세워 가계소득을 올리고 부채는 더 늘지 않게 하는 장기적이고 소극적인 정책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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