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20일 서울 종로구 고궁박물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부여 왕흥사지에서 출토된 소형 청동인물상을 처음으로 소개했다. 청동인물상은 높이 6㎝, 폭 2.5㎝의 소형이다. 연구소는 이 청동상이 석가모니를 낳고 있는 마야부인을 형상화한 것으로 추정했다. 일반적으로 출산 중인 마야부인은 오른손을 들어서 나뭇가지를 잡고 있는 것으로 표현된다. 석가모니는 마야부인의 허리 부분에 신체 일부로, 혹은 마야부인과 조금 떨어져 전신으로 묘사된다. 인도 라호르박물관, 일본 호류지, 네팔국립박물관 등의 유물에서 확인할 수 있는 형태다. 석가모니가 마야부인의 허리에서 태어났고, 출산 직후 일곱 걸음을 걸은 후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외쳤다는 탄생설화에 바탕을 둔 것이다.
왕흥사지 출토 청동인물상은 석가모니를 표현한 흔적은 찾을 수 없지만 전체적인 형태가 마야부인의 묘사와 유사하다. 연구소는 이에 따라 독립된 석가모니상을 따로 만들지 않았겠냐는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
연구소 관계자는 “보살상일 수 있다는 견해가 있었으나 그것과는 분명히 다른 양식이 있다”며 “다국내에 유사한 사례가 없어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으나, 청동인물상의 존명(尊名)과 제작연대를 밝히기 위한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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