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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C 임관 2등 여성 홀대… 잡음 키우는 軍

입력 : 2014-02-26 21:25:10 수정 : 2014-02-27 08:4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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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한 보병 대신 ‘정보통신’에… 육군 “전공 우선시 규정 때문”
전공 ‘경찰행정’과도 관련 없어
최근 3士도 성차별 행태 빈축, “합리적·명확한 원칙 필요” 지적
“먼길을 돌아 다시 찾은 군인의 길인 만큼 열심히 하겠다.”

2012년 전국 110개 대학 학군단(ROTC) 후보생 5000여명 중에서 하계입영훈련 종합평가에서 수석을 차지한 A(24·여)씨의 포부였다.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했다가 근육세포가 녹아내리는 질병으로 자퇴한 아픔을 겪었던 A씨가 병마를 이기고 성(性)의 벽까지 뛰어넘으며 일궈낸 성과였다.

오랜 인고 끝에 그녀는 다음달 6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리는 ‘2014 합동임관식’에서 장교로 임관한다. A씨는 ROTC 후보생 4700여명 가운데 종합성적 2등을 차지하며 국무총리상을 받게 됐다. ‘부하들과 나 자신에게 떳떳한 군인이 되겠다’는 각오로 지난 2년 동안 ROTC 후보생으로서 최선을 다한 결과였다. 그런데도 본인이 원했던 보병 대신 정보통신병과에 배정됐다. 여성 후보생 중 1등인 A씨가 희망 병과를 배정받지 못한 것은 전공 학과를 우선시하는 규정 때문이었다. 육군 관계자는 “병과를 배정하는 우선순위가 1순위 학과, 2순위 부전공, 3순위 관련 자격증, 4순위 임관성적으로 정해진 데 따른 조치로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보통신병과는 A씨의 전공(경찰행정학)과도 직접적 관련성이 없는 곳이다.

국방부는 20일, 전 병과를 여군에게 개방하면서 국방 전 분야에서 여군 인력의 역량 발휘가 증대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실제로 육군은 전투병과인 포병·기갑·방공병과를 여군에게 개방하고 육군3사관학교에서는 여생도를 처음으로 선발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최근 공군사관학교의 대통령상 바꿔치기 시도 등의 사례는 여군 인력의 역량 발휘라는 본래의 취지와 배치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군사관학교는 규정상 대통령상 대상인 졸업성적 1위의 여생도 대신 2위를 차지한 남자 생도에게 대통령상을 주기 위해 관련 규정을 확대 해석하려다 역풍을 맞았다. 당시 공군은 해당 여성생도가 리더십이 부족하고 체력이 약하다는 논리를 폈으나, 실상은 여성생도라는 점이 은연중에 고려된 결정이라는 의혹을 샀다. 2년 연속 여생도가 수석 졸업한 육군사관학교는 여생도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한 성적 산출 방식을 도입했다는 논란을 빚기도 했다.

지난 20일 서울 성북구 성신여자대학교 수정캠퍼스에서 성신여대 학군단(ROTC) 후보들이 임관선서를 하고 있다. 2011년 12월에 창설된 성신여대 학군단은 지난해 동계군사훈련에서 110개 학군단 중 1위를 차지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군이 최근 수십년간 고수해온 ROTC ‘순위제’ 평가방식을 폐지한 것도 여대 ROTC가 2년 연속 훈련평가 1위를 차지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육·공군의 대통령상 규정이나 ROTC 순위제는 여군이 약진하기 전에는 아무런 문제 없이 운용돼 온 규정들이어서 군의 이같은 움직임들은 ‘성차별’적 행태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군의 최고통수권자가 여성인 박근혜정부에서 군은 시대착오적 행태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군이 성차별 오해를 받게끔 행동한 부분이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행해야 하는데 급진적으로 가다 보니 성차별적으로 비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군내에서 여군에 대한 제도를 만들 때 합리적이고 명확한 원칙을 세우고 오류가 나오면 바로 시정하는 과정을 함께 거쳐야만 논란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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