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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영화를 5000원에… 2013년 인구 2배 몰린 ‘시골 문화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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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3-29 06:00:00 수정 : 2014-03-2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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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스토리] 3년째 순항 중인 장수군 ‘작은 영화관’ 자칭타칭 ‘영화광’으로 불리는 김유진(30·여·학원장)씨는 지금까지 본 영화만 1000여편에 달할 정도다. 미혼 때는 시도 때도 없이 영화관을 찾았다. 2012년 10월 결혼을 하면서 대구에서 경북 울진으로 거주지를 옮긴 뒤, 그의 유일한 취미생활에 문제가 생겼다. 울진에는 극장이 단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김씨의 집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극장은 자동차로 2시간 거리인 포항에 있다.

김씨는 “청소년회관, 문화예술회관 등에서 영화를 상영하지만 시간이 좀 지난 영화가 대부분인 데다 극장에서 보는 것과는 기분이 다르기 때문에 자주는 아니더라도 한 달에 한 번씩 남편과 함께 포항에 다녀온다”고 말했다.

경북 고령에 사는 황모(43·여)씨도 사정은 비슷하다. 얼마 전 ‘겨울왕국’을 보고 싶다는 초등학생 아들 둘을 데리고 대구에 있는 한 멀티플렉스에 다녀오는 데 하루 종일 걸렸다.

이 같은 ‘영화 소외지역’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영화관이 없는 일부 지역에 ‘작은영화관’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 최대 5억원의 예산이 지원되는 대상 지역은 강원 삼척시·철원군·평창군, 경남 남해군, 인천 강화군, 충남 서천군·예산군, 충북 제천시 등 8개 지자체다. 또 특별교부세와 자체 예산으로 신설하는 곳까지 합하면 올해 말까지 총 22곳에 이르며 2017년까지 총 90개 지역에 작은영화관이 설립될 것으로 봤다. 이 사업은 2010년 전남 장수군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작은영화관 ‘한누리 시네마’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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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전북 장수군의 ‘한누리 시네마’. 이날은 2006년 개봉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괴물’을 상영하는 날이다. ‘300: 제국의 부활’, ‘노아’, ‘우아한 거짓말’ 등 최신 영화들도 상영되고 있었지만 비수기(3·4월) 관람객 유치를 위해 ‘추억의 영화’ 이벤트를 연 것이다.

상영시간 20분을 앞둔 오후 4시쯤 영화 1관 36석의 좌석이 삼삼오오 모여든 관객들로 꽉 찼다. 20㎡크기의 매점도 덩달아 손님으로 북적거렸다. 관객들은 갑자기 등장한 괴물을 보며 비명을 지르는가 하면 배우들의 코믹연기에 함께 웃음보를 터뜨리고 손뼉을 치기도 했다.

한현정(37·장수군 장수읍)씨는 “영화를 보려면 전주시내까지 가야 해 포기할 때가 많았다”며 “영화관이 개관한 이후 가족 모두가 저렴하게 영화를 볼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고 말했다.

장수군에 ‘작은영화관’이 들어선 것은 2010년 12월. 장수군은 2008년 설립한 문화시설 ‘한누리 전당’의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기로 했다.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표본 조사 대상 주민 100명 중 30명이 극장을 만들어달라고 한 것이다. 장수군은 고민에 빠졌다. 실제 거주 인구가 2만명도 되지 않는 지자체에서 과연 영화관이 흥행을 가져올 수 있을까였다. 결국 장수군은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군은 8억원을 들여 한누리 전당의 일부 공간을 리모델링해 36석과 54석 규모의 영화관 2개 관을 개관했다. 입체영상(3D) 영사시설도 갖췄다. 관람료는 대도시의 절반 수준인 5000원으로 낮췄다.

영화 관람을 위해 한누리 시네마를 찾은 장수군민들이 3D안경을 쓰고 영화를 보면서 신기해하고 있다.
적자를 걱정했던 것과 달리 개관 첫 해부터 관람객 2만1000명이 몰리는 ‘대박’이 났다. 장수군 실제 거주 인구인 1만8000명보다 더 많은 숫자다. 개관 2년째인 2012년에는 관람객이 3만2000명으로 증가하면서 1500만원의 흑자를 내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인구의 두 배가 넘는 3만8000명이 관람했고 올해는 관객 4만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한누리 시네마 김혜경 매니저는 “작은 영화관의 설립으로 문화 소외지역이었던 장수군이 타지역과의 문화 격차를 해소하는 것은 물론 문화사랑방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작은 영화관 건립을 계획하고 있는 지자체들의 걸림돌도 적잖다. 최대 5억원의 건립 비용이 지원되지만 같은 액수의 예산을 매칭해야 하기 때문에 중소 지자체로는 이러한 부담을 꺼리는 분위기다.

운영비도 걱정이다. 대부분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극장과는 달리 공익적으로 이용되기 때문에 적은 입장료로 운영되는 데다 관람료의 70%가량을 일반 영화관과 똑같이 영화배급사와 영화진흥위원회에 지급해야 한다. 장수군의 경우 관람료 5000원 가운데 약 4000원 정도를 뱉어내야 하기 때문에 추가 투자 및 흑자 운영은 사실상 쉽지 않다. 또 일부 지자체들은 마땅한 장소를 구하지 못해 사업을 재고하는 경우도 있다.

영사기사 확보도 문제다. 영화관 개관을 위해서는 영화 및 비디오 문예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영사기사를 둬야 하지만 한국영사예술인협회에 등록된 약 750명의 영사기사 중 현실적으로 시골 영화관에서 일을 하겠다는 인력을 구하기란 쉽지 않다. 3000만∼4000만원에 이르는 연봉도 부담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일단 짓고 보자는 식이 아닌 영화관 운영 노하우가 없다시피한 지자체가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등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줬으면 한다. 또 영사기사와 같은 일부 규제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해소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수·대구=한현묵·이정우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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