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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에 23차례 신고했지만…“해경으로 연결” 말만 되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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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28 18:59:13 수정 : 2014-04-28 23:4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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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수부, 초동대처 부실의혹 수사
목포해경·119상황실 압수수색
세월호가 침몰하기 시작하자 승객들은 119에 다급히 구조 요청을 했다. 31분 동안 23통의 신고전화를 걸었지만 119 접수요원은 “해경으로 연결해주겠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현장에 구조요원들이 도착할 때까지 승객들이 할 수 있는 대처요령에 대한 안내가 있었다면 구조시간을 벌어 피해규모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8일 전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사고 당일인 16일 119에는 오전 8시52분32초 안산 단원고 고 최덕하(17)군의 최초 신고 이후 오전 9시21분55초까지 총 23건의 신고전화가 걸려왔다.

배가 기울자 승객들은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은 해양긴급신고 번호 ‘122’ 대신 119를 떠올린 것이다. 23건 중 13건만 통화가 연결됐고, 7건은 회선이 모두 통화 중이어서 자동응답시스템(ARS)으로 전환됐다.

해상사고의 경우 세월호처럼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어 분초를 다툴 정도로 초기대응이 중요하지만 신고를 접수한 119 요원은 지시나 안내 대신 해경에 전화 연결만 시도했다. 전화를 받은 해경 역시 신고전화를 한 단원고 학생에게 침몰 장소의 경도와 위도를 반복해 질문하면서 시간을 허비했다.

비판이 일자 소방방재청의 한 관계자는 “해상사고가 발생했을 때 119 요원도 구조를 요구하는 자에게 긴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할 수 있다”면서도 “바다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지시를 할 수 없었다”고 변명했다. 이어 “3자 통화를 통해 해경에 신속하게 알리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난 전문가들은 승객들에게 대피요령만 알려줬어도 대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가천대 윤민우 교수(경찰안보학)는 “위기상황에서 30여개의 긴급신고 번호를 기억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의 911처럼 통합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어 “911은 현장에 구조요원이 도착할 때까지 구조를 요청하는 자와 계속 통화하며 응급처치 방법을 알려준다”며 “우리나라도 신고 접수요원이 다양한 위기상황에서 즉각적인 행동요령을 안내할 수 있도록 훈련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검경합동수사부는 28일 초동대처 부실 여부를 가리기 위해 목포해경과 전남소방본부 119 종합상황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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