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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라는 방송 외엔 대피 안내 없어” 10시17분 마지막 카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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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28 18:58:12 수정 : 2014-04-28 23:4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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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 당시 해경·희생자가 찍은 동영상 보니…
유가족·시민 “도대체 아이들에 무슨 짓 한거냐” 분노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은 신분이 노출될 것을 우려한 듯 제복을 벗어버린 뒤 해경 구조정에 올랐다. 선실에 있던 학생들은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말고 대기하라”며 반복되는 안내방송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구조를 기다렸다. 구명조끼를 벗어 친구에게 건네주기도 했다. 배가 더 기울자 학생들은 자신들에게 닥쳐올 불행보다는 갑판 위에 있을 친구들을 걱정했다.

세월호 침몰 순간 너무도 대조적인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희생·실종자 유가족과 시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시민들은 선원들이 “객실에 들어가서 ‘퇴선하라’고 한마디만 했어도 지금과 다른 상황이 됐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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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이 28일 공개한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동영상은 경비정 직원이 16일 오전 9시28분58초부터 11시17분 59초까지 주요 장면 49컷(9분45초)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것이다.

오전 9시35분, 신고 37분 만에 사고 현장에 도착한 목포해경 123정(100t)은 구명보트를 내려 좌현 기관실 쪽에서 처음으로 기관실 선원 5명을 구조한다. 구명보트는 이후 두 차례에 걸쳐 4, 5층 난간에서 승객들을 구조하지만 축구장 크기의 세월호 갑판에는 한 명의 승객도 보이지 않았다. 학생들은 선내 방송의 지시에 따라 객실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구조대원 3∼4명이 옆으로 기우는 세월호에 올라가 선원들을 구출하면서도 그 누구도 객실 쪽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9시45분 팬티 차림의 이준석(69·구속) 선장과 선원들이 구조대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잇따라 세월호를 탈출했다. 9시54분 세월호는 좌현의 객실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물에 잠겼지만 해경 구명보트는 세월호 주위만 맴돌 뿐이었다. 10시39분 세월호는 완전히 뒤집혀 배 밑바닥을 드러낸 채 바닷속으로 빠져들었다. 영상을 보던 실종자 가족들은 “객실에 내 아이가 있었는데, 구조대원들만 모르는 거야”라며 울었다.

이날 123정에 탑승한 구조대원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승객들에게 바다에 뛰어들라고 경고 방송을 했고, 선체가 너무 기울어 들어갈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선원들이 배를 포기하고 탈출하던 시각, 학생과 승객들은 선실에서 대기했다. 이런 모습은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인 단원고 2학년 박수현(17)군이 사고 당시 찍은 동영상에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박군의 아버지 종대씨는 이를 JTBC에 제공했다.

9시1분 학생들은 누군가로부터 “구명조끼 던져”라는 말을 듣고 서로 구명조끼를 건네기 시작한다.

“여기 구명조끼 한 개 없어요.”

“내 것 입어.”

“너는?”

“나? 가져와야지.”

“선장은 뭐하길래.”

“뭐가 걸린 것 같아. 진짜 타이타닉 된 것 같아.”

“제발, 살 수만 있다면. 엄마, 아빠 사랑해요.”

동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16분만 제대로 안내했어도 많은 아이가 살 수 있었다”며 “아이들에게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인가”라고 어른들의 행태에 분노하고 있다.

세월호에서 단원고 학생의 마지막 카카오톡 메시지가 전송된 시간은 16일 오전 10시17분으로 조사됐다. 학생의 마지막 문자는 “기다리래. 기다리라는 방송 뒤에 다른 안내방송은 안 나와요”였다. 학생이 카톡을 보낸 시각 이미 배에는 물이차기 시작했지만 배가 완전히 침몰된 때는 이보다 1시간 뒤인 11시18분이였다.

김유나 기자, 목포=한현묵·한승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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