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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원전마피아·재벌 봐주기 ‘고질병’… 갈 길 먼 부패청산

입력 : 2014-05-07 06:00:00 수정 : 2014-05-07 11: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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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피아·해피아 민관유착 비리 만연
사기업 뇌물 문화도 8점대로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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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정치경제리스크컨설턴시(PERC)의 부패지수에서 7점은 ‘청렴국’과 ‘부패국’의 경계선이다.

2014년 7.05점으로 처음 7점대에 진입한 한국 밑으로는 중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등이 줄지어 섰다. 지난 10년간 5점대와 6점대를 오르내리며 겨우 체면치레를 했던 한국이 ‘부패국’으로 전락한 데는 박약한 정부의 부패청산 의지와 정·관·업계의 뿌리 깊은 부패 관행이 똬리를 틀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전면적인 국가 개조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부정·부패 청산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패지수 끌어올린 ‘솜방망이’ 처벌

6일 세계일보가 단독입수한 PERC 2014년 보고서에 따르면 19개 설문 항목 중 한국은 사법당국 처벌의 적절성(8.95점)과 사기업의 뇌물문화(8.56점)에서 8점대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보고서에서 전년 대비 점수가 나빠진 주 원인으로 지목한 대표적 사건이 지난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원전비리’와 대기업 총수에 대한 ‘사면성 집행유예’ 판결이었다.

PERC는 “한화 회장과 LIG 회장에 대한 판결을 보면 비리가 적발됐고 벌금을 물게 됐다는 ‘부끄러움’ 외에는 사실상 다른 처벌은 전혀 없다”며 “이는 부정·부패에 있어 한국이 무엇이 바뀌었느냐보다 무엇이 바뀌지 않았는지에 방점을 찍게 한다”고 꼬집었다.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한국전력 부사장 등 100명이 넘는 비리 연루자가 기소된 원전부품 납품비리 사건도 ‘원전 마피아’로 상징되는 민관유착 관계와 여전한 뇌물수수 관행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문제는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해피아’ 문제가 불거졌듯이 정부 부처 출신 인사들의 유관기관 낙하산 인사, 규제를 고리로 한 공무원과 이들 관료 출신의 유착, 지속적인 뇌물·향응 제공이 ‘현재진행형’이라는 데 있다. 올 들어 기업들에 상습적으로 접대를 받은 청와대 행정관들이 별다른 징계 없이 원 소속 부처로 복귀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원전비리 관련자들의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이어서 최종 판결은 두고 봐야겠지만 대부분 수년형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부패 사건에 대해선 ‘패가망신’을 시킬 정도로 엄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사고의 이면에는 온갖 불법행위와 정·관·업계의 부패 고리가 있었지만 관련자들의 처벌 수위는 턱없이 낮았다. 502명이 사망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와 관련해 백화점 건립·편법 증축 과정에서 공무원의 뇌물수수 등이 적발됐지만 회장은 징역 7년6개월, 담당 공무원은 징역 10개월 선고에 그쳤다.

부정·부패 사범에 대해 처벌 강도가 높은 나라가 청렴국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에서 소위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안)과 같은 엄격한 부패방지법과 사법당국의 강력한 처벌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유일의 반부패 관련 연구기관인 서울시립대 반부패시스템연구소 이정주 연구위원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전두환 전 대통령 불법자금 추징 등에서는 정치적 의지를 보였지만 전반적으로 처벌 수준에서 일반적인 기대에는 크게 못 미쳤다”고 평가했다. ‘관피아’ 논란에 대해 이 연구위원은 “심사에 나선 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 중 관료의 경우 자신의 이해관계가 엮여 있는 만큼 시민단체 등 외부위원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패 후진국’으로 전락하나

PERC의 부패지수는 아시아 각국에 나가 있는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정치인, 관료, 사법 및 과세당국, 군대, 감사원 등의 부패 수준에 대해 항목별로 0∼10점을 매기도록 해 이를 합산·산출한 수치다.

올해에는 2000여명의 외국인 회원 및 세미나 참석자들이 설문에 임했다. 부패 국가로 인식되면 ‘국가 브랜드’ 추락은 물론 해외 자본 유치, 자국기업의 해외 진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부패를 줄일수록 국가의 연평균 성장률이 0.65% 상승한다는 현대경제연구원 조사 결과도 있다.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그동안 우리나라와 격차가 컸던 중국의 ‘선전’이다. 중국은 지난해 7.79점으로 우리나라(6.98점)와 0.81점 차이가 났다. 올해 조사 결과에서는 0.05점차로 좁혀졌다. 중국은 부패 적발 시 사법당국 처벌(6.25점), 정부의 부패척결 의지(5.15점), 사기업 뇌물통용(6.33점) 분야에서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나은 점수를 받았다.

PERC는 “중국과 해외 언론에 많은 비리 기사들이 나오는 것은 비리가 많다는 것 외에도 비리 적발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어떤 나라도 중국만큼 많은 비리 관련자를 잡아들이고 사형 등 심각한 처벌을 하는 국가는 없다”고 정부의 비리척결 의지를 높이 평가했다. PERC의 설립자 로버트 C 브로드풋은 “한국의 부패지수가 중국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인 한국에 대한 외국기업들의 기대치가 반영됐다”고 밝혔다. 다만 브로드풋 대표는 “한국의 고위층 처벌은 중국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모든 설문자들의 답이 일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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