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 식품 기업들이 한국으로 몰려오고 있다.
일본은 원전사고 이후 방사능 유출로, 중국은 가짜나 불량 식재료를 쓴다는 오명으로 식품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안전이 보장된 한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EU,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중국과 일본 기업의 한국 투자에 좋은 구실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일본 기업 제품이라도 한국 공장에서 생산하면 ‘메이드 인 코리아’를 달고 무관세 수출이 가능해 해외 수출 전초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
16일 농식품부와 업계에 따르면 일본 오사카에 본사를 둔 육가공 업체 ‘에스푸즈(S-Foods)’는 전북 익산에 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돼지고기 가공식품으로 연간 1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이 업체가 한국행을 택한 것은 품질이 우수한 돼지고기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서다.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은 전량 일본에서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웨이하이시에서 가장 큰 식품회사인 ‘자광생물과기개발유한회사’도 한국을 생산기지로 택했다. 무화과를 이용해 기능성 음료를 만드는 이 업체는 한국에서 만든 제품을 중국과 해외로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이 업체는 익산에 1만6500㎡(약 5000평)의 부지를 확보한 상태다.
에스푸즈와 자광생물과기개발유한회사가 투자 의향을 밝힌 곳은 한국 정부가 전북 익산시에 조성하고 있는 식품단지 ‘푸드폴리스(food-polis)’다. 2015년에 완성될 푸드폴리스에는 식품기업과 연구소, 관련 기관 등이 입주하게 된다. 현재 푸드폴리스에 투자 의향을 밝힌 기업은 모두 88곳에 이르며, 업무협조 협약을 맺은 기업은 129곳이다.
장기영 국가식품클러스터지원센터 투자유치팀장은 “한국이 지리적으로 중국과 일본에서 가깝고, 한국식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 한국을 생산기지로 삼는 외국 기업들이 늘고 있다”며 “특히 한·중 FTA 체결로 서로 우호적인 한·중 관계가 최고조에 달해 중국기업들의 한국행이 잇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푸드폴리스를 연구개발(R&D) 기능을 갖춘 생산기지로 육성해 동북아 푸드 허브가 되도록 하겠다”며 “2020년까지 푸드폴리스 입주 기업들의 매출을 150억달러(약 15조7000억원)까지 늘리고, 일자리도 2만3000개 창출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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