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덕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1일 서울 중구 선거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딸이 올린 글에 대한 입장을 밝히던 중 잠시 말을 멈추고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재문 기자 |
고 후보는 1984년 박 전 회장의 둘째딸과 결혼해 1남1녀를 낳고 2002년 이혼했다. 그는 “아이들 교육 문제 때문에 불화가 이어지던 중 1998년 갑자기 (아내가) 양육권을 달라고 한 후 일방적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떠나면서 결별이 시작됐다”며 “저 또한 재력과 권력을 가진 집안의 딸에게 자식 양육권을 빼앗긴 아버지로서 많은 슬픔을 겪어야 했다”고 그동안의 심경을 밝혔다. 이어 “딸과는 가끔 전화를 하거나 문자, 카톡을 주고받아 왔다”면서 기자회견 말미에 28일 딸과 주고받았다는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고 후보의 딸 캔디고(한국명 고희경·27)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분(고승덕)의 자녀로서 그분은 교육감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알려야만 했다”는 글을 올렸다. 희경씨는 글에서 “(아버지가) 전화와 인터넷이 있는데도 나와 동생의 안부를 물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고 후보는 딸의 글과 관련해 “박 회장과 문용린 후보(현 교육감)는 2대째 내려오는 끈끈한 관계가 있고, 딸의 글이 박 회장의 아들과 문 후보의 야합에 기인한 것이 아닌지 정황을 의심하고 있다”며 “문 후보가 관권선거뿐 아니라 공작정치에도 능하다는 것을 안 이상 더욱 이런 후보에게 서울의 교육을 맡길 수 없다”고 말했다. 고 후보는 후보를 사퇴할 뜻 없이 완주할 의지를 내비쳤다. 희경씨는 1일 새로 올린 글에서 “저는 말했어야 할 것을 말했기 때문에 더 이상 공적으로 발언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문 후보는 이날 고 후보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희경씨의 글을 읽으며) 세월호 선장 이준석씨가 팬티 바람으로 도망가던 장면이 생각났다”며 고 후보를 책임감 없는 세월호 선장과 비교했다.
고 후보의 해명이 이미 등을 보이기 시작한 민심을 되돌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고 후보의 주 지지층이었던 30∼40대 ‘엄마 표심’의 이탈이 두드러져 보인다. 30대 한 여성 유권자는 “딸의 글도 정치공작으로 느끼다니 권력욕이란 참 무섭다”고 비난했다.
문 후보로서는 보수표를 끌어모을 절호의 기회지만 교육부 장관 시절 5·18광주민주화운동 전야제에서 있은 술자리 파문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타고 번지고 있어 상황을 낙관하기만은 어렵다. 더구나 조희연 후보(성공회대 교수)는 둘째아들이 지난달 29일 다음 아고라 정치 토론방에 아버지를 지지하는 글을 올림에 따라 고 후보와 대조를 이루면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다만, 그동안 조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가 2010년 곽노현 전 교육감보다 떨어진다는 점에서 판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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