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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한 민심… 등돌린 여권… '홀로 버티기' 역부족 판단

입력 : 2014-06-24 19:20:38 수정 : 2014-06-25 00:4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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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왜 물러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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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버티기’ 모드를 접고 24일 자진사퇴로 돌아선 직접적인 이유는 친일사관 논란으로 촉발된 각종 의혹에 대한 악화된 여론을 되돌리기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해서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직간접적인 목소리가 비등하면서 설령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더라도 국회 표결 통과를 자신할 수도 없는 현실적인 고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자는 설상가상으로 자신의 거취 문제가 쟁점화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새누리당의 지지율까지 동반하락하자 더욱 궁지로 몰렸다.

문 후보자가 버티는 동안 한국갤럽의 정례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긍정적 평가를 넘어서자 여권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이러다간 최소 14곳, 최대 16곳에서 치러지는 7·30 재보선에서 참패가 우려된다는 위기감이 여권 내에서 급속도로 확산됐다. 여당발 ‘문창극 불가론’이 촉발된 근원으로 보인다.

문 후보자 자진사퇴 소식이 보도된 직후 한 당직자는 기자와 만나 “7·30 재보선을 앞두고 문 후보자 인사참사가 최대 악재로 부상하는 상황이었는데 그나마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특히 박 대통령의 인사실패를 자인하는 꼴인 ‘지명철회’ 방식이 아니라 자진사퇴를 통해 정치적 부담을 덜고 싶었던 청와대와 명예로운 퇴각을 원했던 문 후보자의 이해가 맞으면서 가까스로 타협점을 찾은 셈이다.

이 때문에 문 후보자는 며칠간 ‘원맨쇼’에 가까운 언론 인터뷰 형식을 통한 소명의 시간을 거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문 후보자는 박 대통령 귀국 이후 자신의 거취를 청와대에 맡기는 대신 명예회복 방법과 기회를 놓고 청와대와 며칠간 물밑 절충작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씁쓸한 미소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뒤 청사를 떠나기 위해 승용차에 오르고 있다.
이제원 기자
문 후보자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이 독립유공자의 후손임을 거듭 강조한 것이나 전날 국가보훈처가 “2010년 보훈처 자체 발굴로 독립유공자 애국장 포상을 받은 문남규씨와 문 후보자의 조부가 동일인물로 판단된다”고 밝힌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박 대통령도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의 책임론까지 재점화시킬 수 있는 지명철회라는 최악의 상황은 최대한 피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1일 밤 중앙아시아 3국 순방을 다녀온 뒤 국정 공백 장기화 등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은 가운데서도 사흘간 침묵을 유지한 이유이기도 하다.

여권 내에서 문 후보자 비토론은 애초 인사청문회요청서 제출 예정일이었던 13일 이후 빠르게 확산됐다. 이전까지 엄호 모드를 펼치던 새누리당 지도부는 순방 일정(16∼21일)에 들어간 박 대통령이 “귀국 후 재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히자 침묵 모드로 급선회했다.

이때부터 “문 후보자가 악화된 민심을 되돌리기는 무리다. 자진사퇴로 대통령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끓었다.

여권 핵심 관계자들은 “문 후보자가 박 대통령이 귀국하는 21일 자진사퇴할 것”이라거나 “늦어도 23일 오후에는 뭔가 있을 것”이라는 식으로 자진사퇴를 기정사실화했다.

문 후보자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 중에서도 많은 분들이 이러한 신성한 법적 의무(청문회)를 지키지 않고 저에게 사퇴하라고 말씀했다”고 털어놨다.

문 후보자는 또 “저를 이 자리에 불러주신 분도 그분이시고 저를 거두어들일 수 있는 분도 그분”이라고 말했다. ‘그분’은 박 대통령을 가리킨다. 이 같은 언급은 청와대로부터 사퇴 압박이 있었음을 내비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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